'무조건 대구를 떠나라' 적잖은 대구지역 중'고교 교사들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전하는 충고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교사와 공무원 외에는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는 이유에서다.
'脫(탈) 대구 현상'으로 인해 '대구 空洞化(공동화)'가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 의사'한의사 등 전문직조차 '탈 대구' 대열에 동참하는 실정이다. 한의사 사회에선 대구출신 한의사를 '유태인'으로 부른다. 워낙 환경이 척박한 대구서 견디다 보니 막강한 경쟁력을 갖춰 다른 지역에서 이전 개업할 경우 그 지역 한의사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전문직마저 대구를 떠난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가. 제조업 뒷받침 없이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육성을 아무리 외쳐봐야 沙上樓閣(사상누각)이란 얘기다. 그런데도 대구의 산업정책을 비롯한 각종 시책의 漂流(표류)는 장기화하고 誤判(오판)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테크노폴리스 조성을 비롯해 열악한 시 재정상태는 도외시한 채 서울시를 뒤따라 덜컥 시행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 대구시 정책의 표류와 오판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허황하거나 粗惡(조악)한 계획을 내놓고도 '야당 도시'라서 중앙정부가 지원을 외면한다고 하면 그만이다.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선정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전력투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하루 만에 노선을 바꿔 내부 갈등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그 즉흥성으로 인해 계획의 신뢰성을 상실하게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 공약사업을 준비하는 모양이나 빈곤한 상상력과 기획력의 대구시에 특별한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역구와 고향이 대구와 경북이다. 그래서 많은 대구시민들이 이들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공약만 보면 대구를 눈곱만큼도 걱정한 흔적이 없는 것 같다.
박 의원은 K2 등 미군부대 이전을 약속했고, 이 전 시장은 900여ha(300만 평) 규모의 대형 국가공단을 조성해 첨단업종의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K2 이전은 쉽지 않고, 대규모 국가공단을 조성할 만한 땅이 대구시내엔 없다. 아무리 거짓말이 '후보의 美德(미덕)'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의 수권능력까지 의심할 판이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들이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은 한나라당 출신 대구시장과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를 傍證(방증)한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모 신문의 민선 4기 지자체 1년 중간평가 결과 대구시는 전국 16개 시'도 중 16위였다. 각 시'도의 기본 여건을 감안한 평가가 아니었는지 모르나, 어찌됐던 꼴찌라는 기록은 분명 문제가 있다. 도사공은 헛바람 잡기와 허방 짚기 선수요, 사공들은 딴전을 피운 탓이다. 그러나 이를 문제삼는 대구시민은 드물다. 꼴찌가 아니라 꼴찌에도 분발하지 않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숨막히게 한다.
지난 5월말 발표된 통계청의 '시'도별 장래 인구 추계'에 자극 받은 부산시는 최근 인구 감소에 비상을 걸고 젊은층 일자리 창출 등 대책 마련에 팔을 걷었다. 자칫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천에 추월당한 대구는 무심하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디트로이트는 생산시설 외부이전에 따른 인구감소로 도시공동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탓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별다른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섬유산업 이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대구 역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고 있다. 그러나 대구 사회는 대구를 깨울 워치독(watchdog)마저 키우지 않고 있다. 대구 공동화의 책임이 대구시민들에게도 많은 것이다. 대구가 살려면 시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회적 감각부터 일깨워 놓고 볼 일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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