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마일리지' 도입 1주년…효과 컸다

입력 2007-07-12 10:10:56

▲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 제도가 도입 1주년을 맞았다. 대구자원봉사센터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한 봉사자들이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ncho@msnet.co.kr
▲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 제도가 도입 1주년을 맞았다. 대구자원봉사센터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한 봉사자들이 통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ncho@msnet.co.kr

최재혁(24·대학생) 씨는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저축'한 사람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8월 1일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을 시작한 이후 벌써 2천382시간의 자원 봉사 시간을 적립했다. 최 씨는 남북통일의 염원을 전동휠체어에 싣고 지난해 유럽 31개국 종단을 시작한 선천성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41·대구 밝은내일회 회장) 씨를 수발하면서 이 많은 시간을 쌓았다. 최근 귀국 때까지 9개월간 하루 12시간 이상씩 식사, 목욕 등 모든 뒷바라지를 도맡다 보니 자연스레 가장 많은 봉사 시간이 누적된 것.

사우나를 운영하는 라우태(52) 씨는 자원봉사를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목욕비 20%를 깎아 주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부터 영화관, 백화점, 놀이시설 등 자원봉사자 우대기관을 정해 마일리지 통장을 개설한 봉사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라 씨도 기꺼이 동참한 것. 라 씨는 "매년 어버이, 노인의 날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료 목욕 봉사 활동을 하기 때문에 봉사자들의 수고를 잘 안다."고 했다.

대구시가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한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 제도가 벌써 시행 1년이 임박했다. 대구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 제도는 자원 봉사 활성화에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일부터 현재까지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을 개설한 사람은 모두 2만 4천251명으로 적립된 누적 마일리지가 148만 6천169시간이나 된다.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을 개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 또는 5~30%의 할인 혜택을 주고 싶다.'는 '우대기관'도 덩달아 느는 추세다. 이승상 대구시 시민봉사과 담당자는 "지난해 말 33곳이었던 우대기관이 이달 내 80곳 정도 더 불어나 조만간 협약식을 맺을 예정"이라며 "백화점, 놀이시설, 영화관, 자동차 정비업체에 한정됐던 우대기관이 음식점, 화장품가게, 목욕탕 등으로 다양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대기관의 할인 혜택 때문에 마일리지를 꼭 챙기는 자원봉사자들은 드물다. 할인 혜택 때문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봉사가 좋아 봉사할 뿐이라는 것. 지난 수년간 대구 수성구 범어4동사무소 마을문고에서 사서 봉사 활동을 하며 1천792시간의 누적 마일리지를 쌓은 김경애(45) 씨는 마일리지 통장을 가진 2만 1천251명 중 세 번째로 마일리지가 많지만 지금껏 이를 써 본 적이 없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일하며 주민자치센터의 쓰레기 정리까지 도맡는 그는 "책이 좋고, 사람이 좋아 시작한 일"이라며 "통장에 마일리지가 쌓이면 보람까지 함께 쌓이는 것 같아 기분좋을 뿐"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시·구·군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통장'을 발급받은 봉사자들이 사회복지기관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한 시간만큼 자원봉사센터 통장 정리기를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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