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찾는 한전주만 26억…www.ksd.or.kr 확인
의사 허모(48) 씨는 요즘 '주식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전력 및 포스코(당시 포철)의 국민주 청약을 통해 각각 수십 주씩 샀지만 바쁜 병원 생활 때문에 '알짜 주식'의 존재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최근 주가가 요동치면서 그는 다시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년 전 샀던 주식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에게 '주식을 샀다'는 근거 서류는 남아 있지 않았다.
가까스로 '증거를 찾아낸'그는 한국전력 주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포스코 주식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2007년 여름. 나도 혹시 주주(株主)가 아닌지 기억을 한번 더듬어보고 장롱도 한번 뒤져보자. 그리고 관계기관에 물어보자. 뜻밖의 월척을 낚아올릴지 모른다.
◆자고나니 부자!
오래전 서울에서 모 화장품회사 판매사원으로 근무하다 결혼, 대구에서 사는 L씨. 그는 지난해 크게 웃었다. 과거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이 무상증자 등을 통해 계속 불어나 자신의 명의로 남아있는 주식이 수십 주에 이른다는 사실을 증권예탁결제원 대구지원으로부터 통보받은 것. 주식의 존재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그는 증권예탁결제원의 도움으로 약 4천여만 원(현재 환산 시가)에 이르는 주식을 움켜쥐게 됐다.
수도권의 한 이민 예정자도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주식이 있으니 찾아 가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던 것.
편지 발송인으로 돼있는 증권예탁결제원을 방문한 그는 또 한번 놀랐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주식의 가치가 무려 1억여 원으로 뛰어 있었기 때문. 그는 되찾은 주식을 좋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출국도 미뤘다. 편지를 받지 못했으면 그는 1억여 원어치 주식의 존재 사실도 모른 채 이국땅으로 뜰 뻔했다.
증권예탁결제원이 지난 2005년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수령 주식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인 결과, 대구에 사는 L씨를 비롯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1천350명이 이 기간 동안 140만 5천645주(시가 58억 6천만 원)를 되찾았다.
전국적으로는 7천800여 명의 주주 및 주식 상속자가 6천100만 주에 이르는 주식을 찾아갔다. 이는 시가로 환산하면 1천100억 원에 이른다. 뜻밖의 횡재를 맞은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어떻게 찾을까?
국민주 청약을 했다가 주식을 사실상 잊고 지냈던 의사 허 씨의 사례처럼 과거엔 은행 계좌에 주식 구입 대금을 넣고 주식 증서를 받지않았던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세월이 흘러 주식을 샀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주식 소유자라는 증거를 찾기 힘든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
허 씨가 한국전력 주식의 존재나마 겨우 인정받은 것은 배당금을 송금받은 통장 기록이 나왔기 때문. 하지만 허 씨는 포스코의 배당금을 받은 흔적은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한병 증권예탁결제원 홍보팀장은 "허 씨 사례를 본다면 1980년대 후반 공모주 청약 당시 한전과 포스코의 공모주 청약 과정을 대행했던 명의개서대리인(현재 국내에는 증권예탁결제원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3개 기관이 이 역할을 수행 중)인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에 문의하면 주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주식매매를 하기 때문에 주식을 잃어버릴 염려는 거의 없으나 과거엔 은행을 통해 공모주 청약을 했다가 이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면서 미수령 주식이 많이 나왔다. 또 주주의 주소가 바뀌는가 하면 주주가 사망, 회사 측이 보내는 우편물이 3번 이상 연속으로 반송되면 회사 측은 통지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므로 주주 또는 주식 상속인이 주식의 존재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현재 증권예탁결제원에만 3천200만 주(550여 개사)의 미수령 주식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예탁결제원은 최근 행정자치부와 협의, 주민전산망 조회를 통해 주주를 찾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미수령 주식에 대한 문의는 증권예탁결제원 홈페이지(www.ksd.or.kr) 또는 ARS(02-783-4949)에서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전력의 경우 1980년대 말 국민주 청약 이후 1만 3천여 명의 주주가 17만 주(68억 원)의 주식을 아직 찾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다음달부터 주주 찾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펴기로 했다. 한전 측은 10만 명의 주주가 26억 원의 배당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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