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산을 종주하다.'
주 5일 근무, 웰빙 바람이 맞물려 산을 찾는 여가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아침저녁 산책 수준이 아니라 토·일요일 중 하루를 택해 동네 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4시간 이상의 산행을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러 멀고 험한 길을 찾아 걷고 달린다.
◆동네 산을 종주하는 사람들
담배를 끊고 주말마다 산을 찾고 있는 이세호(40·수성구 범물동) 씨는 지난 토요일 예상치 못한 장거리 산행을 경험했다. 동네 용지봉에 올랐다 내친 김에 다른 등산로를 선택했는데 4시간 10분이 지나서야 욱수동 성암산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것. 이 씨는 "동네 산 코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 힘든 산행이었지만 기분이 괜찮아 또 가고 싶어졌다."며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토·일요일 일부러 먼 길을 택해 동네 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 '네이버' 블로그에는 용지봉 주변 코스 종주기만 수백 건이 올라와 있다. 용지봉~감태봉~병풍산~상원산~팔조령 코스 종주기를 올린 ID cys260은 "일요일 아침 우연히 산에서 만난 사람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약 17㎞를 6시간 10분 걸었다."며 "길도 잃고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다른 블로그에도 용지봉~성암산, 대덕산, 욱수봉까지 4, 5시간 걸리는 여러 코스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수성못~욱수정(정자)~복명초교(13㎞, 5시간 30분), 노변동 사직단~감태봉~덕원고(12㎞, 5시간), 월드컵 경기장 자동차극장~한씨묘~월드컵경기장 헬기장(8㎞, 3시간 20분) 등 주요 코스들은 하나같이 적지 않은 완주 시간이 필요했다.
◆대구 9산 종주 마라톤
4월 28일 수성구 월드컵 경기장 자동차극장 주차장에 전국의 내로라하는 '울트라 마라토너' 220명이 모였다. 국내에서 가장 길고 험난하다는 대구 9산 종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월드컵경기장~성암산(469m)~병풍산(428m)~상원산(669m)~팔조령~삼성산(668m)~통점령~헐티재~비슬산(1083m)~청룡산(794m)~산성산(653m)~용지봉(629m)~진밭골~월드컵 경기장까지 장장 80㎞를 달렸다. 일반인이라면 하루 종일 가도 못 갈 거리를 최단 12시간에서 최장 24시간 안에 주파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대회를 기획한 이태재(53) 대한울트라마라톤 경북연맹 회장은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땅을 달리는 '묘미'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처럼 국내 산악 마라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굴곡은 심하지만 바위가 많지 않고,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는 산악마라톤 코스는 대구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동네 산 종주는 좋지만…
동네 산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새로 생기는 등산로 때문에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3월부터 올해 말까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숲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숲길 조사원이 월드컵 경기장 뒷산(대덕산)의 등산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산 정상까지 모두 35곳의 통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강용태 수성구청 산림 담당은 "용지봉, 감태봉, 안산, 성암산 일대에 대한 숲길 전수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어떤 길을 남겨 두고 어떤 길을 폐쇄해야 할지 정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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