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가는 길 "눈앞이 캄캄"
'악연'의 망령을 떨치려는 노력이 순진하고 어리석은 수비 실수 하나로 날아갔다. 한국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르디 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D조 1차전 에서 최성국이 선취골을 터뜨렸으나 오범석의 파울로 페널티킥 골을 허용, 사우디 아라비아와 1대1로 비겼다. 18년간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기지 못했던 징크스도, 아시안컵 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힘들었던 징크스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과 사우디는 나란히 1무를 기록, 인도네시아(1승)에 이어 D조 공동2위에 머물렀다.
한국과 사우디는 전반, 상대의 공격을 서로 두려워하며 수비에 중점을 두는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의 윙 백 오범석과 김치우는 공격 가담을 줄이며 수비 자리를 지켰고 사우디도 한국의 강한 측면 공격을 막는 데 힘썼다. 한국의 원 톱 스트라이커 조재진은 외로운 공격을 펼쳤고 사우디는 말렉 마즈가 야세르 알 카타니와 호흡을 맞추며 날카로움이 돋보였다.
핌 베어벡 한국 감독은 공격에 나서다 상대 역습에 취약했던 점을 의식, 수비에 치중하는 소극적인 경기로 이끌어 한국 특유의 적극적인 공격을 잃어버렸다.
전반 중반까지 밀리던 한국은 종반에 접어들자 잠에서 깨어난 듯 공격이 살아났다. 오범석의 크로스에 이은 조재진의 오버헤드 킥이 사우디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김치우의 중거리 슛도 폭발적으로 터져 침체된 상황을 타개했다.
후반에 한국의 공격이 더욱 강화됐다. 염기훈과 최성국이 측면을 장악하고 공격형 미드필더 김정우도 중원에서 공격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후반 21분, 염기훈이 왼측면에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띄운 크로스가 단신 최성국을 향하자 공은 상대 수비의 방해 속에서 악착같이 내민 최성국의 머리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제 득점을 올린 한국 선수들은 승리를 기대하며 움직임이 더욱 가벼워졌으나 10분 후 재앙이 찾아왔다. 한국의 김치우가 자기 진영에서 드로인 실수로 사우디 선수에게 공이 연결되자 황급히 수비 대형을 갖췄으나 말렉이 페널티 구역 안 측면에서 페인트 모션으로 돌파하다 밀치는 오범석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 킥 반칙을 내주고 말았다. 야세르 알 카타니가 페널티 킥을 성공시켜 동점이 됐다.
경기 종료 5분여를 앞두고는 경기장 불빛이 일부 꺼지며 20여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양 팀 선수들은 식어버린 몸을 이끌고 재개된 경기에 나섰으나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사우디가 경기 막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골문을 빗나가 한국에도 행운이 따랐다.
베어벡 감독은 경기 후 "강팀을 맞아 좋은 경기를 펼쳤다.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승점을 따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C조의 이란은 11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키트 잘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전반 불의의 자책골을 내줬지만 후반 세예드 잘랄 호세이니의 헤딩 동점골과 자베드 카제미안의 역전 결승골로 2대1로 승리했다. 이란은 전날 말레이시아를 5대1로 대파한 중국에 이어 조 2위에 자리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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