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회 본회의(7월 3일)에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안이 통과되었다. 법안 취지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속가능발전 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지속가능발전법안을 놓고,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와 환경보다는 경제개발이 우선해야 한다는 논란 속에서 어렵게 국회에 상정되고 본회의까지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사실 연내에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과 자칫 상정되지 않고, 현 정부가 마감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시대적 흐름 속에서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지구환경과 도시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반추해보면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이제 시급히 지속가능발전법을 제정하고, 지역에서도 지역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요구된다.
사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제안되고, 2002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세계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이행계획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됐다. 그 이면에는 현세대의 개발방식과 속도는 미래세대를 파탄으로 몰아갈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지구온난화현상, 사막화의 증대, 종의 감소 등은 벌써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재앙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발전 정책에 있어서의 노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에서 열 번째 국가이고, 증가율은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감축노력은 너무나 취약했다. 자동차가 1천600만 대나 되고, 시골 곳곳에도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음에도, 국토를 바둑판처럼 잘게잘게 나눠 도로가 놓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배고프다'는 식이다. 산이 있으면 뚫어서라도 도로를 놓고, 강이 있으면 교각을 놓고, 지상이 복잡하면 지하에도 자동차를 위한 도로 건설에 거칠 것이 없다.
우리는 자동차를 위한 특별한 배려가 정치적 선택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하철의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버스전용시스템(도로)을 도입하면 될 것이고, 자전거 전용차선을 설치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보행길을 만든다면 자동차 운행은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상당한 온실가스 저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적인 대세와 지향은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의 국가와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추세이거늘, 여전히 자동차 중심의 도시정책은 자동차 산업과의 은밀한 관계 속에서 새 선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경부운하건설'을 접하며 착잡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경부운하건설로 인해 생길 정치적 갈등은 차치하더라도, 골재를 채취하여, 건설비의 일부를 충당하면 된다는 태연한 대답에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낙동강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자갈과 모래를 팔아, 당장 눈앞의 부를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은 이제는 제발 지양돼야 한다. 그동안 모래와 자갈, 나무와 숲 등 자연자원을 팔아 돈을 만드는 것은, 당장은 배부를 수 있지만, 그로 인한 환경적 피해는 우리 모두를 희생자로 만들 뿐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파괴된 생명체들의 삶터를 다시 복원하고, 생명을 살리는 살림의 문화로 힘을 쏟아도 부족한 상황에 그나마 대구도시 주변에 유일한 자연하천으로 생명체들의 서식처가 되어온 동화천을 택지개발하겠다는 것은 지속가능발전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지속불가능한 정책이다. 국민임태주택특별법을 제정하고, 그린벨트지역이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밀어붙이는 개발정책은 수천 년을 이어 온 생명체들의 삶터를 하루아침에 붕괴시키고, 그 대가로 우리의 삶도 파국으로 치닫게 할 것이다.
도심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도는데, 생태하천 동화천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은 철회돼야 한다. 지속가능발전 국가전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다.
이제 지속가능발전에 따른 국가 및 지역전략은, 단지 환경지상주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보전. 경제발전.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속가능발전법안의 통과를 계기로 향후 국가정책과 지역발전 전략에 지속가능성의 철학을 도입하고, 지구생태계를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를 지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기회이자, 현세대와 미래세대 그리고 모든 생명체들이 행복한 삶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정현수(맑고푸른대구21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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