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백혈병 남편 간병 이복순씨

입력 2007-07-11 09:29:02

"여보, 가족을 위해 다시 일어나세요"

▲ 백혈병으로 6년째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김선동 씨를 아내 이복순 씨가 간호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백혈병으로 6년째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김선동 씨를 아내 이복순 씨가 간호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검게 물든 손, 붉게 충혈된 눈, 군데군데 빠져버린 치아. 6년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김선동(49) 씨의 몸 곳곳에선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골수가 피를 만들어내지 못해 수혈받은 피는 그의 피부를 점점 더 검게 만들었다. 철분이 과다 함유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탓이다.

그는 항암치료로 잇몸이 내려앉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계속된 항암 치료로 왼쪽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지면서 그는 한쪽 눈을 잃었다. 오랜 병원 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그는 그래도 한쪽 눈으로나마 12세 된 딸아이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모진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를 십 년같이 살아온 이 남자. 가족을 위해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그의 얘기를 아내인 이복순(51) 씨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공사장 인부였지만 남편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습니다. 세 번의 유산으로 결혼한 지 5년 만에 낳은 딸아이에게도 믿음직한 아빠였지요. 늦은 결혼에 어렵게 낳은 딸아이를 키우면서 한동안 우리 부부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IMF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렸지요. 남편에겐 더 이상의 공사장 일거리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한 달에서 석 달이 됐고 1년이 되더군요. 남편은 가족을 위해 뭐든 하려 했고 곧 친한 친구들과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공사 대금이 자주 밀렸지만 남편에겐 희망이 엿보였습니다. 재기할 수 있다며, 조금만 참아달라는 남편의 눈빛에선 용기가 묻어났지요. 가족의 끼니와 아이의 교육 걱정에 힘겨운 생활은 계속됐지만 마음만은 가벼웠지요.

그러나 남편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우리 부부의 굳건했던 믿음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밀린 공사대금이 불어나 부도를 맞게 되면서 한순간 8천만 원이란 빚이 생기더군요. 살던 집을 빼 빚을 갚으려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한 달 뒤에는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쳤던 남편이 쓰러져 버렸지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남편의 병명 앞에 수천만 원의 빚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우선 남편을 살려야 했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건장했던 남편의 몸은 앙상히 말라갔습니다. 고열과 구토 증세로 응급실에 수십 차례 실려갔습니다. 잠시 완치의 길이 보일 때도 있었지만 기쁨의 시간은 짧더군요. 남편의 백혈병은 더 이상 항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

10일 오전 11시 경북대병원. 아파트 청소를 마치고 돌아온 이 씨는 검게 변한 남편의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남편의 병원비와 아이의 끼니를 위해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는 그녀는 앞으로 더 이상 일을 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관절염이 악화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관리사무소에서 내린 조치라고 했다. "골수이식만이 살 길인데, 이제는 내 다리가 남편의 앞을 가로막네요." 그녀는 원망하듯 주먹으로 자신의 무릎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남편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서도 골수이식비 2천만 원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한없이 슬픈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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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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