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노거수(老巨樹) 여행

입력 2007-07-11 07:54:31

안겨보리라 800년 푸르름 속삭일테니

▲ (사진 위)영덕군 창수면 미곡리에 있는 800년 된 느티나무. 오랫동안 큰 나무로 잘 자라는 느티나무는 한국에서 가장 많고 가장 사랑받는 나무이다. (사진 아래)두 가지가 서로 붙어 한 줄기로 뻗은 모습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 (사진 위)영덕군 창수면 미곡리에 있는 800년 된 느티나무. 오랫동안 큰 나무로 잘 자라는 느티나무는 한국에서 가장 많고 가장 사랑받는 나무이다. (사진 아래)두 가지가 서로 붙어 한 줄기로 뻗은 모습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나무는 항상 사람 곁에 있었다. 오래되고 큰 나무인 노거수(老巨樹)는 삶의 참모습을 되찾게 해준다. 그래서 노거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특별하다. 나무 여행은 나무에 담긴 세월의 풍상과 옛 사람들의 숨결을 만나는 일이다. 사람보다 오래 사는 나무에는 평범한 여행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감흥이 있다.

'노거수 생태와 문화'를 펴낸 장은재 대구경북연구원 정책연구관의 안내로 행정자치부 주관 공무원 연수생들이 '경북 노거수 생태와 문화여행'을 떠났다. 서울시청 공무원 등이 포함된 여행단에 끼어들어 포항·영덕지역 노거수 5그루를 찾아나섰다. 장은재 정책연구관은 "노거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면서 "계절마다 모습이 바뀌는 노거수를 직접 보면 조상들의 자연관을 한몸에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농촌은 아름답다. 자연하천이 흐르고 벼가 자라는 들녘은 푸르다. 노거수를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지만 즐겁다. 포장되지 않은 길도 가야 하고 안내도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영덕군 창수면 미곡리에는 8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두 가지가 붙은 연리지다. 굵은 두 가지가 서로 붙어 하늘을 향해 한 줄기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두 가지가 붙은 모양은 신기하게 하트 모양이다. 나뭇가지가 붙은 것을 연리지, 나무와 나무가 붙은 것을 연리목, 나무의 뿌리와 뿌리가 붙은 것을 연리근이라고 한다. 연리지는 예전에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현재는 남녀간 또는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한다.

후한서 채옹전을 보면 후한 말의 문인 채옹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 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했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자 100일 동안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 앞에 나무 두 그루의 싹이 나고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어 크더니 마침내 한 그루처럼 됐다. 사람들은 채옹의 효성이 지극해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읊은 시 '장한가'에서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라고 읊었다. 비익조는 날개가 한쪽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해야만 날 수 있다는 새로 연리지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느티나무는 오랫동안 큰 나무로 잘 자라나는 나무다. 한국에서 가장 많고 가장 사랑받는 나무이다.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라지만 공해에 약해 도시에서는 자라기 힘들다. 가지가 넓게 퍼지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주로 한적한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느티나무는 여성을 의미한다. 꽃과 열매가 많이 피고 열리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느티나무에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하늘은 우윳빛이다. 우윳빛 하늘일 때 나무는 가장 왕성한 광합성 작용을 한다. 쉴새 없이 산소를 내뿜어 상쾌하다. 하지만 나무 앞면에 더 이상 썩어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콘크리트를 채운 수술의 흔적은 안타깝다. 800년 동안 세월의 풍상을 견딘 나무를 바라보면 인생의 고단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민 이분남(82·여) 씨는 "나무 덕분에 마을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면서 "대구 등지에서 부부들이 찾아와서 가지가 붙은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연인 또는 부부끼리 이곳을 찾으면 좋겠다. 사랑이 이뤄지고 사랑을 더 돈독해질 듯하다. 노거수를 만나면 두 손을 나무에 대고 경건하게 소원을 빌어보자. 나무는 말이 없지만 인간의 말을 조용하게 들어줄 것이다.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가는길=포항에서 영덕 방면 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영해에서 영양가는 918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창수면 소재지로 간다. 삼계리 가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영덕학생야영장이 보인다. 이 동네에서 좌회전해서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언덕 위 마을에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