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chromosome), 유전자(gene), DNA를 큰 것부터 말해 보시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염색체-유전자-DNA인데 의외로 답을 맞히는 사람이 적다. 염색체란 세포의 핵 속에 있는 물질인데 평소에는 핵막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염색사라고 하여 분명하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세포분열 시기가 되면 점차 뚜렷한 형태가 되며 아세트산카민이란 물질에 붉게 염색되기 때문에 염색체란 이름이 붙었다.
이 염색체 위에 각 생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놓여 있다. 물론 현미경이나 다른 방법으로 유전자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염색체상의 어느 위치쯤에 어떤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게놈 프로젝트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게 바로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밝혔다는 얘기이다.
가장 작은 단위가 DNA인데 이들 DNA가 여러 개 모여 유전자가 되고, 유전자가 늘어선 이중 나선 모양의 긴 사슬이 염색체이다. DNA는 인, 당, 염기라는 물질로 구성되며 가장 안쪽에 붙는 염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DNA의 종류가 달라진다. 따라서 DNA를 구성하는 인, 당, 염기 중 염기의 종류가 가장 중요하며 긴 DNA사슬을 구성하는 염기서열이 전사란 과정을 통해 아미노산을 결정하여 개인마다 다른 단백질 구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저 자식을 낳으면 부모를 닮으려니 했겠지만 어떤 생물이 자신과 닮은 생물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는 염색체를 자식에게 이어줘야 한다.
그런데 가끔씩 이런 염색체나 유전자가 그 수나 순서에 이상이 생겨 전혀 엉뚱한 개체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돌연변이라 한다. 돌연변이는 대부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돌연변이로 태어난 개체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모든 생물에게 있어 항상 일어나는 과정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환경 변화에 의해 종이 없어지는 최악의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예컨대 인간의 경우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대기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똑같은 인간만 있다면 인간이란 종이 지구에서 완전히 없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생물은 진화과정에서 돌연변이를 계속 일으키고 그러다 보면 아주 적응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개체가 태어날 것이고 결국 그 개체만은 살아남아 생물종을 이어가게 된다. 진화란 것도 이런 돌연변이체 중에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이어지면서 멸종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유전공학에서는 인간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염색체나 유전자에 영향을 주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걸 주제로 삼는다. 유전공학에는 유전자 재조합, 핵치환, 세포 융합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어 있다. 핵치환이란 모세포의 핵을 수정되지 않은 난자의 핵 대신 주입한 후 암컷의 자궁 속에서 키워 어미와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인데 복제양 돌리, 복제개 스너피 등이 모두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멸종해가는 생물을 복원한다든지 우수한 형질을 지닌 개체를 많이 만들고자 할 때 이 방법을 이용하면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두 종의 세포를 합쳐 하나의 세포를 만들어 각각이 지닌 형질을 모두 발현시키는 방법이 세포융합이다. 독감 예방 주사에 쓰이는 백신이라든지, 줄기에는 토마토가 달리고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는 포마토란 것도 세포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이란 특정 물질을 분비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떼어내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의 염색체에 도입하여 대장균으로 하여금 목적하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러한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체를 유전자 조작 생물체(GMO)라고 한다. 원래는 인슐린이나 생장 호르몬 등 인간에게 유익하지만 그 양이 적은 것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하였지만 차츰 농작물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처음 보관성을 높이기 위해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나오는가 싶더니 병충해에 강한 유전자나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를 도입한 콩이나 옥수수 등이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그 상당량이 우리 식탁에 오른다고 한다.
물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 잘 자라는 농산물은 식량 증산에 도움이 돼 기아에 허덕이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라도 먹고 나서 소화과정을 거쳐 분해가 되면 그 성분이 자연적인 것들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우리가 원하는 성분이나 맛을 가진 과일을 만드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이 찜찜한 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성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식물은 한번 만들어지면 씨를 통해 주위로 흩어지기 때문에 쉽게 없앨 수 없고 또한 유전자가 다른 작물에도 전이되어 그 작물마저 변형시킬 수 있다. 그리고 유전자를 도입하여 생산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인간이 이전에 먹어본 경험이 없고 그 위험성이 검증된 적도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지만 미래에 생길지 모르는 위험은 아무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먹고 마시는 먹을거리는 곧 나의 몸이 되기 때문에 먹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신토불이를 외치고 유기농산물이 인기를 끄는 웰빙시대에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한 비판은 당연해 보인다. 청소년들로서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향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의 건강 문제를 넘어서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차정록(차선생 과학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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