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유일 야학 상록학교 "지켜주세요"

입력 2007-07-09 09:33:08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

▲ 만학의 열정에 불타는 늦깎이 학생들이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 만학의 열정에 불타는 늦깎이 학생들이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구미 유일의 야학 '상록학교'가 심각한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사)전국야학협의회 구미상록학교(송정동 88의 1)가 정식 명칭인 이곳은 어려운 가정환경 등 불가피한 사유로 정규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21년째 무료로 '만학의 꿈'을 현실로 바꿔준 '희망학교'였다. 민방위대피소인 지하도를 빌려 쓰는 처지지만 이곳에는 늘 웃음이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구미상록학교는 1987년 4월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8명의 입학생들이 모인 '향토학교'로 출발했다.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다가 93년 이 학교 출신 정태하 교장이 맡아 상록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2005년엔 평생학습시설로 경북도교육청에 등록했다.

정 교장도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야학을 찾았다가 교장까지 맡게 됐다. 초등학교 졸업 후 신문배달, 구두닦이, 생선장수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면서 눈물겹게 돈을 모았다. 서른 살이 되자 못 배운 한이 사무쳐 "공부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늦깎이 학생으로 입학해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마치고 내친 김에 김천대 전자통신학과를 졸업했다.

중고 물품상을 운영하는 그는 월 300여만 원의 운영비를 부담해 왔다. 현직 대학교수와 초·중·고 교사, 학원강사, 퇴직 교사, 주부 등 무보수로 자원봉사에 나선 56명의 교사들도 운영비 일부를 보탠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역부족. 국가청소년위원회와 경북도, 구미시의 지원이 운영비의 80%를 차지할 만큼 컸는데 올해 국비 및 지방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한계상황에 몰리게 됐다.

그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졸업생은 1천여 명. 이중 699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정규대학 입학생도 상당수다. 지금도 10대 청소년부터 80이 넘은 할머니까지 200여 명의 학생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글반을 비롯해 초·중·고 검정고시반, 한글 및 산수반, 컴퓨터반, 외국어반에서 배움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5년째 한글 산수반에 다닌다는 김영희(83·송정동) 할머니는 폐교 위기 소식에 "야학이 없어지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정태하 교장은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는 만학도들인데 그들의 꿈과 희망이 사그라지고 있다."며 "평생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정부가 정작 없는 사람들은 외면한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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