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원 벌이 나섰다 500만원 빚져"
3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남산동의 한 5층 빌딩. 이 건물 3층의 한 사무실에는 뒤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젊은 여성 20여 명으로 북적였다. 사무실 한쪽에는 판매용 상품으로 보이는 박스들이 빽빽이 쌓여 있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3, 4명의 여성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한 채 키보드와 마우스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무실에서 만난 한 여성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며 하소연하듯 말문을 열었다. 이 여성이 이곳을 알게 된 건 2개월 전. 생활정보지를 통해 '재택 사무보조원 알바 모집'이라는 광고를 보고 이곳 사무실로 연락했던 그는 "집에서 하루 3시간 정도 인터넷에 댓글을 달고 쇼핑몰을 홍보하는 간단한 작업인데 자세한 건 직접 와서 얘기하자."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이곳을 찾게 됐다고 했다. 3시간 투자하면 월 30만 원, 시간을 늘리면 100만 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 사무실을 방문했던 이 씨는 "집에서 일을 하면 되지만 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2, 3번 정도는 더 나와야 한다."며 "기존 쇼핑몰 홍보하는 일을 매일 꾸준히 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남의 쇼핑몰을 홍보해주고 월 30만 원 정도의 돈을 받느니 차라리 조금만 자본금을 투자해서 쇼핑몰을 열라."는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했다. 이에 이 씨는 신용카드로 550만 원을 대출받아 이 사무실에서 쇼핑몰을 구축하고 물품 등을 구입,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지만 두 달간 매출액이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취업도 힘든데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어려워 용돈이라도 조금 벌어보려는 욕심에 시작했는데 정말 후회막급"이라며 "월 25만 원 정도의 이자를 내면 딱 떨어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방학을 맞아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 주부 등을 노린 아르바이트 사기가 숙지지 않고 있다. 시내 전신주나 생활정보지마다 '단순업무, 재택알바'라는 광고가 버젓이 실려 있지만 상당수가 취업 갈증에 허덕이는 이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실제 인터넷 댓글, 쇼핑몰 홍보 등 간단한 재택 아르바이트라고 광고, 여대생이나 주부 등을 유인한 뒤 '아르바이트는 돈이 안 된다'며 쇼핑몰을 만들도록 종용하는 업자들이 있는가 하면 취업을 미끼로 학원 수강을 강요하는 경우도 적잖은 실정이다. 쇼핑몰 홍보 아르바이트 미끼에 속아 쇼핑몰을 열었다는 한 여성은 "특히 여대생들의 경우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학자금이나 카드대출까지 받아 쇼핑몰을 여는 경우가 있는데 대출 받아놓고 사업이 안 돼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또 부업을 할 수 있게끔 상담을 해준다며 060 유료전화서비스를 통해 값비싼 전화요금만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직접 물품을 구입해 피해를 입기보다는 그럴듯한 언변에 넘어가 물품을 구입한 뒤 이를 다시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기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하고 있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최근엔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다운로드 비용으로 10여만 원 상당을 챙기는 수법도 판치고 있다."며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선납금 등을 요구할 경우 대부분 분쟁에 휘말리거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응하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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