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으로 영재성 키우기)과학에 빠진 청소년들

입력 2007-07-03 07:38:28

▲ (위로부터)대구 용호초교 작재형 군, 능인중학교 이카루스 팀.
▲ (위로부터)대구 용호초교 작재형 군, 능인중학교 이카루스 팀.

초등학교 5학년인 박재형(12·대구 용호초교) 군에게는 매일 밤 품에 안고 잠들 만큼 소중한 보물이 있다. 바로 과학교육용 로봇. 박 군은 지난달 9일 대구시 교육청이 연 청소년과학탐구대회 로봇탐구 분야에서 금상을 차지, 이달 말 한국과학문화재단 주최로 전북대학교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대구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자신의 꿈은 보다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얼굴에는 진지함과 끼가 함께 엿보였다.

▶ 대구 용호초교 박재형 군

박 군은 지난해 가을 EBS 교육방송이 전국에서 선발한 초·중학생 로봇 영재 3명에 포함돼 로봇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 현지를 일주일간 견학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와세다 대학에서 이족(二足) 보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봤고요, 스스로 악보를 읽어 피아노를 연주하는 와보2라는 로봇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곳 교수님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이 와세다 대학이라고 설명했을 때는 조금 부럽기도 했어요."

로봇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인간과 똑같은 외모에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홉 살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로봇 관련 책을 구해 열심히 읽었고 인터넷에서 로봇 관련 자료를 다운받아보기도 했다.

왜 로봇에 흥미를 갖게 됐냐고 묻자 "로봇은 미래의 신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분야"라며 제법 학자 같은 대답을 했다. 로봇에게 동작을 명령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시키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성취감이 짜릿하다는 것. 로봇이 너무 좋아 지난해부터는 로봇 프로그래밍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2년째 다니고 있다. 일기장에도 온통 로봇에 대한 얘기뿐이다.

로봇에 대한 관심은 관련 대회로 이어졌다. 지난해는 전국로봇올림피아드에 출전하려다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프로그램은 완벽했는데 센서에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실력을 키워 지난달 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서 금상을 탔고, 같은 달 동부교육청 주최 기계과학 탐구대회에서도 금상을 타 대구 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가게 됐다.

이정이 용호초 지도교사는 "재형이는 학교 과학 동아리 회장을 맡아 갯벌 탐사, 금호강 수질생태 탐사, 각종 실험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으며 성적도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박 군은 "남들 안 다니는 학원에 왜 다니느냐며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로봇이 좋은 걸요. 어른이 되면 육아로봇, 가사로봇을 개발하거나 로봇을 고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대구 능인고 '이카루스' 팀

대구 능인고 2학년에 재학중인 이언우, 김승철, 양재원 군(팀명 이카루스)은 지난달 18일 대구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시 교육청 주최 청소년과학탐구대회 탐구토론 분야에서 함께 출전한 10여 개 팀을 물리치고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전에 공개된 대회 주제는 '우리 고장의 독특한 전통 발효식품을 조사해 적절한 과학적 탐구주제를 포착하라'. 이 군 등은 어떤 소재를 정할 것인가 논의 끝에 우리 고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막걸리에 주목했다. 막걸리야말로 대중적인 발효식품이면서 지역색까지 곁들여 최적의 소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

이들은 연구 대상이 정해지자 대구 불로동의 탁주 제조 공장을 직접 찾아가 자료를 모았고, '포도당 농도에 따른 효모의 반응속도 조사'를 연구 주제로 정하게 됐다. 이 군은 "막걸리 공장을 견학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찐 밥을 일정 온도로 숙성하는 과정이었다. 맛을 봤더니 정말 새콤했다."며 "효모의 발효과정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군 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의 변화를 컴퓨터 모니터에 수치로 나타내주는 MBL이라는 기기를 활용해 효모가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추이를 그래프로 보이고, 최적의 발효 과정을 입증했다.

김 군은 "대회 준비기간이 짧아 수상 소식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같은 팀의 친구들, 지도 선생님과 함께 방과후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접 실험기기를 조작해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택수 능인고 지도교사는 "기초과학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교 과학 동아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교과 공부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과학적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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