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시대에 맞는 대통령

입력 2007-07-03 07:48:50

온 나라가 연말에 대통령을 뽑는다고 시끄럽다. 정치인들이 가장 시끄럽고, 평소 정치에 싫증을 내던 국민들도 적잖게 관심을 가진다. 대선정국을 한나라당이 주도하더니, 자중지란으로 여권이라는 특혜까지 팽개친 범여권도 대선주자들을 쏟아내며 대선정국의 한쪽을 비집고 있다. 대선은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다. 마땅히 '괜찮은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제 길을 가고 있을까?

은퇴를 했든, 현역이든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크고 작은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과거 대선에서도 그랬으니까. 역할이 없거나 역할을 하지 않으면 '허전'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정치권에 소위 이런저런 설(說)이 많다.

우선 정계를 은퇴한 것으로 여겨진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이미 막후정치를 하고 있고, 잊혀 가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올 가을 훈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다.

DJ는 한 여론조사에서 증명하듯 대선정국에서 호남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다. JP 역시 과거 자신의 정치 기반이었던 충청권에서 어떤 형태로든 목소리를 낸다는 설이 정가에 나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간간이 언론을 통해 대선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현직 대통령도 대선정국을 향해 끊임없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 정치권으로부터 대선정국의 중심에 서려는 제스처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호남·충청이 손잡고 수도권에서 선전하면 영남을 이긴다"는 등의 지역구도를 대선에 악용하려는 소문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흐트러짐 없이 길을 가고 있을까? 아쉽게도 너나없이 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실력자들을 찾고 있다. 대선에 득이 된다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찾고 이용하겠다는 속내를 언론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대선 행보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자신들의 대통령론보다는 세몰이, 인기몰이, 상대방 흠집 내기 등을 주 전략으로 쓰고 있어서다.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 즉 대선주자 캠프의 참모들도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에만 머리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적절치 않은 수단과 방법이 총동원되는 이유다.

차기 대통령 만들기가 엉뚱하게 가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과거와는 분명 달라야 한다. '모두 나를 따르라'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 개발시대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힘으로 국가를 움직인다고 해서 돌아갈 우리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다. 클 만큼 컸다는 얘기다. 이젠 잘 짜인 시스템이 국가를 움직이고, 대통령도 국가 시스템에 충실해야 하는 시대다. 차기 대통령이 파워게임, 정치게임, 지역구도, 훈수정치 등 구시대 유산에 휘말려선 안 될 이유다.

연말 대선이 5개월여 남았다. 대선주자, 대선주자를 돕는 정치인, 정계를 은퇴한 분, 대통령을 뽑는 국민 모두 이젠 시대에 맞는 대통령론에 좀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대통령 만들기만큼은 사고의 방향을 확 틀어보자.

이종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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