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정권 시절, 구소련 모스크바 근교 작은 마을에서 정치 집회가 열렸다. 연단에는 그 마을의 내로라 하는 '높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청중석엔 인민들이 가득 찼고 사이사이 사복 차림의 비밀경찰들이 배치됐다.
演士(연사)가 스탈린을 숭상하는 연설을 마치자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3~4분이 흐를 동안 박수는 계속됐다. 아무도 중간에 박수를 멈추려 하지 않았다. 인민들은 사복경찰이 누가 먼저 박수를 멈추는지 감시하고 있다는 것쯤 상식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6~7분이 흐르고 8분이 흘렀다. 나이 많은 청중들은 너무 오랫동안 선 채로 박수를 치느라 숨이 차고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계속 박수를 쳤다. 모두들 두려움 속에 언제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눈치만 볼 뿐이었다.
11분이 흘렀다. 그때 제지공장 감독관 한 사람이 끝도 없는 박수 치기가 바보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는 용기를 내 박수를 멈추고 제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바로 그 다음주 그는 非行(비행)죄로 체포됐다. 그리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재판을 끝내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스탈린 동지를 위한 박수를 칠 때는 맨 먼저 멈추지 않도록 유의하시오.'
노벨평화상을 받은 소련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이 썼던 '강제 수용소'에 실린 이야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자들에게 스탈린이나 레닌은 偶像(우상)과 같은 공포의 존재였다. 이념 속에 '스탈린의 박수를 먼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식의 비뚤어진 우상을 심어둔 자들은 그들의 편향된 가치를,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다수 대중에게 강요하고 통제하려 든다는 데서 늘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사회에도 언제부터인가 그런 일종의 우상화된 이념이나 분위기와 조직이 공룡처럼 자라났다. 좌파 성향의 무리들은 낡은 사회주의 이념을 추종하며 저들만의 사랑모임 우두머리를 우상처럼 받들어 종교집단의 信徒(신도)처럼 자화자찬의 박수를 멈추지 않은 채 열광해왔다. 정치 목적의 불법파업을 선동해온 소수 과격 노조의 지도부도 어느새 '같이 동참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살아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며 거스를 수 없는 우상처럼 떠올라 군림했다.
어느 근로자도 선동의 깃발과 붉은 띠의 함성에 맞서 거짓 박수와 구호를 앞장서 멈출 용기를 보일 수 없었다. 교사들로서는 비교육적 투쟁을 일삼는 일부 정치 성향의 전교조 지도계급이 동참의 박수를 멈출 수 없는 두려움의 우상이었을 것이다. 나약한 대중들은 속마음으로는 우상의 외침에 共感(공감)도 同議(동의)도 않으면서도 감히 거짓 박수를 앞장서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주 청와대에 불려가 대통령의 '훈시'에 가까운 대학 비판을 소나기처럼 들어야 했던 대학 총장님들도 대꾸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박수만 치고 나왔다. 어느 누구도 박수를 멈춘 소련 제지공장 감독관처럼 대통령의 일방적 발언에 제대로 된 異議(이의)를 제기하는 용기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사흘 뒤 교육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마침내 총장들이 박수를 멈췄다.
이날 정책 같잖은 '기회 균등 할당제'의 허구성을 맨 먼저 제기하고 나선 영남대학 젊은 총장의 용기 있는 '박수 멈추기'에 대해 교육부가 대학 재정 지원 차단이란 채찍으로 제지공장 감독관처럼 단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 허깨비 같은 우상들은 사라져야 한다. 노조원이 원하지 않는 불법 정치 파업을 노조라는 공룡화된 힘으로 밀어붙여 경제를 흔드는 망국적인 거짓 우상은 이제 깨져야 한다.
아이들은 뒷전이고 참교육의 간판 뒤에서 정치성 이념으로 집단 선동을 일삼는 극소수 전교조 강경파에게도 더 이상 거짓 박수를 쳐주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생각과 거꾸로 가는 정책 남발로 다음 정권의 설거지 거리만 만들어내는 권력의 우상도 이제 깰 때가 됐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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