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임하는 윤시영 대구경찰청장

입력 2007-07-02 07:10:57

"취임 후 7개월간 미안할 정도로 직원들을 많이 다그치고 독려했는데, 시민들 보시기에 좀 달라진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대구경찰청장으로 부임했던 윤시영 청장이 2일 이임식을 갖고 정들었던 대구를 떠나 경찰중앙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런 인사에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매순간 시민들의 치안 및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는 윤 전 청장. 실제 짧은 기간이지만 적잖은 것을 개선하고 이뤄냈다.

이처럼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윤 전 청장의 기질 때문. 사실 윤 전 청장은 대구경찰청장 재임시절 직원들 사이에 '호랑이 영감'으로 통했다. 업무와 관련, 대충했다간 지적 정도가 아니라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욕(?)까지 들어먹을 각오를 해야 했다. 실제 윤 전 청장의 언행엔 '거침'이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잘못하면 가차없다. 그러나 '이게 윤 전 청장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오해를 사긴 쉽지만 겪어보면 진심은 물론 터프한 만큼 솔직하고 뒷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 윤 전 청장 스스로도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야단칠 만큼 쳤고 다들 적응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턴 크게 고함칠 일도 없더군요. 그리고 7개월 동안 야단을 많이 쳤더니 나중엔 '약발'이 잘 안먹히는 것 같더군요."

윤 전 청장의 '불도저' 근성도 한몫했다. 충분히 생각하고 연구한 뒤 맞다고 판단되면 주저없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방향일 경우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 만큼 더 꼼꼼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자신있었다고 한다.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지구대 관할 구역을 분석, 3개 경찰서 7개 지구대의 관할 구역을 재조정하고, 9개 경찰서 유치장을 광역화해 5개로 묶었다. 유치장의 경우 통·폐합하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 실제 관련 직원 85명 중 20명을 줄여 각 경찰서 지구대 및 교통 요원으로 배치했다. 28일엔 전국 최초로 대구 9개 경찰서의 112신고센터를 대구경찰청으로 통합, 단일화했다. 시민들이 신고를 하면 대구경찰청 112신고센터에서 일선 경찰서를 거쳐 112 순찰차로 출동지령을 내리기 때문에 신고 처리가 지연되는 등 업무 및 인력 효율성도 떨어졌다는 것. 이에 통합하면서 기존 46명 중 9명을 감축해 지구대 등 치안 현장에 배치, 인력 활용도를 높였다. 또 조만간 인력 운영의 효율 및 불필요한 신원조회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막기 위해 각 경찰서 전산실의 신원조회 인력도 일원화할 작정이었다. 이 또한 전국에서 처음.

이뿐 아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계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몰아낸 서문시장에 이어 동대구역의 교통 체계 조정에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었다. 동대구역의 경우 택시 승강장에 택시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서 있는 바람에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고 판단, 진입구간에 유색 도색을 통해 택시 정차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할 계획이었던 것. 대구시와의 시설 및 교통 체계 개선 후 운송업체에 협조를 구한 뒤 강력 단속한다는 게 윤 전 청장의 복안이었다.

"경찰 조직은 방만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습니다. 경찰도 이제 효율적인 운영과 일 처리를 해야 합니다. 물론 조직 내에서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이제 경찰도 축구선수 처럼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평가는 경찰이 아닌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윤 전 청장의 거침없는 '불도저' 기질은 박사학위까지 예약해놨다. 지난 3일 학위 논문 최종 심사를 통과, 8월 17일 박사학위를 받게 된 것. 제목은 '한국 집회 및 시위 발생 패턴과 폭력화에 관한 연구'. 1964년부터 2004년까지 4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집회·시위 전체를 이슈별, 시대별 등으로 분석했고 집회 흐름, 횟수, 참가 인원 등도 담고 있다. 특히 문민시대 이후인 93년 이후 폭력적 집회 변화상 및 상관관계, 사례 등에 대해 중점을 두고 조목조목 분석했다. 서울경찰청 경비과장, 경비부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 10년 정도의 경비 관련 업무 경험을 최대한 살리고, 그동안 모아놓은 자료 등을 활용, 틈틈이 준비했다.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 집회·시위가 범죄나 사회불안 조장 요인이 아닌 만큼 평화적·합법적 형태로 유도할 수 있도록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이제 정들었던 대구를 떠나는 윤 전 청장. 그의 28년 경찰 철학은 '경찰이 조금 더 움직이면 시민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는 믿음인 만큼 어딜가서든 지금까지처럼 한결같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 경찰은 청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존재하는 만큼 시민들에게 잘하고 인정받는 경찰이 되도록 새로운 청장과 직원들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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