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이 나에게 매달 노후 연금 준다"
늙어간다.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노인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은퇴 연령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직장을 나오기 전 살아온 세월보다 퇴직 이후 살아야할 기간이 더 긴 기묘한 현상이 일어난다. 별다른 소득도 없이, 길기만 한 노후를 도대체 무슨 돈으로 보낸단 말인가?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역모기지론 제도'를 보완, 이 달부터 시작한다. 살고 있는 집을 저당잡힌 뒤, 삶이 다할 때까지 이 집에 살면서 연금 형태로 생활비를 받는 것. 자식들 양육에 평생을 바친 이들, 이제 자신과 아내의 노후에 관심을 둘 때다.
◆새로운 역모기지론
주택금융공사는 이달 중순쯤 '종신형 역모기지론' 상품을 새로 보완해 선보인다. 역모기지론이란 주택을 담보로 한 뒤, 금융기관에서 일정 기간·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돈을 지급받는 제도다. 집은 있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경우, 나이든 사람이 주택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자택에 거주하면서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고, 사망하면 금융기관이 주택을 처분, 그 동안의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 받는 방식이다.
사실 역모기지론은 종전에도 있었다. 2004년 무렵부터 민간 금융권에서 상품을 내놨던 것.
그러나 가입자가 만기(15~20년) 이후까지 생존한 경우, 대출원금과 이자를 금융기관이 회수해버리는 규정을 두는 바람에 '집 없는 노인'으로의 전락을 우려, 고령자들이 외면했었다. 더욱이 대출원리금 회수를 못하게 됐을 때 금융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의 '공적 보증' 등이 없어, 금융기관들도 상품을 파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시행되는 제도는 이 같은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일단 역모기지론 가입 대상은 부부가 모두 만 65세 이상으로, 1가구 1주택자.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등 6억 원 이하 주택이면 가능하며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시가 3억 원의 주택을 만 65세에 담보로 맡기면 기대수명을 반영(사망시까지)해 계산하면 매달 85만 원 정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대출한도 30% 이내에서 교육비·의료비 등을 수시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금 지급기간은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배우자가 사망해도 생존해 있는 사람이 원한다면 계속 돈을 받을 수 있고, 부부의 사망으로 계약이 종료되면 주택금융공사는 담보로 갖고 있던 주택을 처분(경매)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주택을 처분한 가격이 대출금보다 적더라도 그 차액만큼을 가입자나 상속인이 갚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주택을 판 가격이 대출금보다 많아 돈이 남으면 가입자나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앞으로의 역모기지론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싼 농촌에 살고 있는 노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가 최근 답을 내놨다.
정부는 최근 65세 이상 농업인의 노후생활자금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지를 담보로 하는 '농촌형 역모기지론'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수명연장, 시중금리 상승, 농지가격 하락 등으로 금융기관의 손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증, 자금인출의 안정성도 확보할 예정이라는 것.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농가 1가구가 보유한 평균자산 2억 9천800만 원 가운데 80%는 고정자산이었다. 이 가운데 토지 비중이 53.3%를 차지했고, 보유건물 가치는 5천142만 원으로 자산의 17.2%에 불과했다. 즉, 농촌지역에서 역모기지론 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택보다는 토지를 담보할 때 더 많은 생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역모기지론이 노령화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 만큼 다양한 신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금 수령 기간을 짧게 설정(10~15년)하거나 매월 받는 지급금을 뒤로 갈수록 크게 하는 상품, 또 주택가액의 일부만을 담보로 하고 나머지는 상속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하는 상품 등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이런 수요가 반영되면 지급 초기에는 수령액이 적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의 상품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초기에 월 지급금이 크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령액이 작아지는 상품도 선을 뵐 수 있다. 주택의 일부만 역모기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상속을 보장하는 상품도 출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가 6억 원짜리 주택 중 2억 원을 제외하고, 4억 원만을 역모기지로 활용하고 2억 원은 자녀에게 상속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내리사랑'이 강한 우리 문화를 고려할 때 자식들에게 10원도 남기지 않는다면 어르신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자료협조=위드자산관리(053-746-2211).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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