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죽했으면 '집단 반기'를 들까

입력 2007-06-30 11:01:04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정부의 대학 입시정책에 집단 반기를 들고 나선 초유의 사태는 정부의 지나친 입시 간섭이 불러일으킨 禍(화)다. 29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90여 명의 총장들은 "올해 내신 실질반영률 50% 적용 및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에 대한 재검토, 8월 20일까지 입시안 조기 제출 방침의 연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대학 총장들이 정부의 대입정책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내신 문제, 정부의 3不(불) 정책 등에서 촉발된 양측 갈등은 최근 조금씩 봉합 기미를 보이더니 기어이 첨예한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6일 대통령이 총장 152명에게 일장 훈시한 것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날 대통령은 총장들을 "완장찬 사람" 등으로 폄하했고, "자신들만 자율을 누리려고 하지 말라"는 등 호통을 쳤다. 꾸중듣는 아이처럼 대통령의 일방적 훈시를 들어야 했던 총장들은 교육자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부글부글 끓어대는 용암은 언제고 터져 나오는 법, 총장들은 이날 굳은 얼굴들로 정부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번 경우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역풍을 자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당장 2008학년도 대입부터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갑작스레 50%까지 높이는 문제도 상식적으로 볼 때 지나치다. 교육부가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는 사회적 경로 복구"라고 강조하는 기회균등할당제도 또한 문제점이 많다. 저소득층'소외계층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정원外(외)로 합격시킨다는 발상은 휴머니즘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호감을 얻을 순 있겠지만 이미 우리의 대학 진학률이 82%에 이르는데다 지원자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릴 것은 뻔하다. 가뜩이나 空洞化(공동화) 현상에 힘겨워하는 지방의 대학들은 瀕死(빈사) 위기로 내몰릴 판이다. 8월 20일까지 입시안을 제출하라고 닦달하는 것도 일정상 무리기는 마찬가지다.

강자인 정부의 結者解之(결자해지) 자세가 문제 해결의 열쇠다.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더 이상 그들에게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대학이 이제는 정말 열린 가슴으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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