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패기냐? 타협이냐?

입력 2007-06-30 07:08:04

"수습 딱지 뗄쯤엔 개성 보다 조직"

"입사동기도 있고 선배도 있었어요. 회사선배들이 다들 잘 대해줘서 처음에는 학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았어요. '아 여기는 학교가 아니구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죠." (최은옥·24·여·한국델파이 제동생산관리팀)

새내기 직장인.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어렵게 직장에 입사한 신입사원들. 최 씨처럼 입사 4개월이 지나 '수습' 딱지가 떨어지면 아직 회사문화나 회사의 생리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개인보다는 '조직인'으로서의 자신을 생각하기 시작할 시기다.

회사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강하고 능력있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임을 느끼기 시작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 하루도…."라며 자기최면을 건다.

이들은 나만의 개성을 강조하다가는 조직(회사)과 부딪치거나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취업관문을 뚫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어느새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부서 회식자리에서는 뽕짝음악만 선곡하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 친구들과 노래방 갈 때는 언제나 최신곡을 '불러제꼈다.' 부장과 선배들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최신가요를 부르면서 "신입사원이 최신곡 한곡 몰라?" 라는 핀잔을 퍼부어도 '땡벌'을 고수한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터득했다. 혹은 '밤이면 밤마다'같은 댄스곡으로 분위기를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한 뽕짝음악이 몸에 뱄다. 택시 기사아저씨가 튼 뽕작음악에 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맞추는 건 기본이다.

대구지역의 제조업체인 삼익THK와 한국델파이, 한국OSG 등 3개 회사의 신입사원 10여명을 만나 첫 직장 적응기를 들었다.

◆"나는 이렇게 변했다"

▷전규상(27·한국OSG 생산관리)=잘 적응하고 있다. 신입사원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입사할 때 가졌던 긴장된 마음을 오랫동안 가지고 싶다.

▷김영숙(25·여·한국OSG 마케팅)=학교 다닐 때는 잠이 많아서 지각을 자주 했다. 이젠 책임감이 생겼다.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내 돈이 늘어나는 보람에 산다.

▷손현지(24·여·한국OSG 관리팀)=용돈받을 때는 펑펑 썼는데 씀씀이가 달라졌다. 역시 재테크에 관심이 늘었다.

▷최정호(28·삼익THK 생산기술)= 출근이 가장 힘들었다. 서너 달 지나면서 이제는 오전 6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이영희(27·삼익THK 무역부)= 주말시간이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시간을 아껴쓰게 됐다.

▷박남기(27·한국델파이 인사팀)=자기관리가 철저해졌다. 취업준비할 때는 공부만 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김선직(28·한국델파이 구동제품개발)=수입이 생기니까 자연히 재테크에 눈을 떴다. 월급의 70%를 저축하는 등 재테크에 공을 들인다.

▷최은옥(24·여·한국델파이 제동생산관리)=30여 명의 입사동기 중 여자는 혼자라서 지기 싫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는 버릇이 생겼다.

◆"5년 후 내 모습은…"

▷전규상=기회가 많을 것 같다. 중소기업이라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생산관리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김영숙=지금 제휴관계를 시작한 일본의 '탕가로이'사와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탕가로이 전문가는 김영숙이다.

▷손현지=결혼보다는 승진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최정호= 일본어가 조금 모자랐다. 시간이 많을 때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회사가 존재감을 갖는 사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영희= 무역과정 전반을 파악하고 싶다. 흐름을 알고 있어야 운송회사나 통관회사에 휘둘리지 않는다.

▷박남기=회사의 모든 업무를 꿰뚫고 싶다. 인사 파트에 있으니까 회사의 발전방향 등에도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선직=팀장의 오른팔 정도는 되어 있지 않을까.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최은옥=생산관리프로젝트의 매니저가 되어 과장 업무의 반 정도는 맡고 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있어도 공장라인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꿰고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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