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등 적응프로그램 활용…"여기가 평생직장" 마음 가져야
얼마 전 한 국내 대기업 신입사원이 1년의 직장생활을 채우고 사표를 내고 나가면서 사내 게시판에 올린 '사직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회사에 들어오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다."면서 술을 왜 그렇게 마시고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고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다고 그렇게 하는 것인지,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하면 될 것을 왜 야근을 생각하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잘못된 직장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월급쟁이가 되어간다.'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의 사직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직장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라는 시각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을 향한 신선한 충격이라는 직장인도 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취업했다가 이직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첫 직장을 잘 선택해야겠지만 첫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도 중요해졌다. 외국어실력과 업무능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조직에 적응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취업전문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월 2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조기퇴사자 비율에 따르면 1년내에 조기퇴사하는 비율이 29%에 이르렀다. 10명 중 3명이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대기업의 조기퇴사율이 19%인데 반해 중견기업은 23%, 중소기업은 무려 35%였다. 요즘에 와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옅어졌다. 그러나 이직에도 규칙이 있다. 직장을 자주 옮겨다닌 취업자들은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 11개월 이상 근무하고 이직해야 심사대상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은 명심하자.
한국OSG는 신입사원들의 조기적응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한우 상무는 "심리 및 성격유형프로그램이라는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성격과 스타일에 따른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파악해 직장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신입사원의 성격과 행동유형을 파악, 희망보직을 받아 배치를 하고 근무연한이 되면 다시 희망보직을 바꿀 수 있게 했다. 리더십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델파이의 경우 입사하게 되면 신입사원들끼리 공동교육을 받고 나서 현장실습(OJT)을 거친 뒤 보직인사를 받게 된다. 보직을 받은 후 다시 부서별로 수습교육을 새롭게 받는다. 대략 3개월이면 수습기간이 끝난다.
한국델파이는 '멘토'제도를 운용한다. 멘토는 신입사원에 대한 일종의 후견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신입사원이 회사에 잘 적응할 때까지 인간관계를 맺어주고 업무도 가르쳐주게 된다. 수시로 밥을 사주고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회사에서 멘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삼익THK의 정우영 인사부장은 "'인간존중'이 회사의 경영철학이라서 다른 회사보다는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면서 "제조업치고는 개개인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사내 어학강의와 외부학원에서의 어학공부까지 지원하는 등 영어와 일본어 등 사원들의 외국어 능력 향상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신입사원들이 꼽고 있는 나쁜 상사는 어떤 모습일까.
최은옥(한국델파이) 씨는 "생산관리를 하면서 공장과 연결되다 보니 화가 나는 일이 많은데 과장님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마인드컨트롤이 잘 되는 분이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 곧바로 평정심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직(한국델파이) 씨는 처음 연구소에 입사하니까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을 꺼내고는 그럴 때 대하는 직장 선배의 유형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어느 책을 보면 나온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선배가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라. 자신도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내쳐버리는 선배도 있다." 그는 어느 쪽이 좋은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선배에게는 자주 물어보게 되는 반면,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대신 도서관에서 스스로 찾다보면 모르던 다른 부분까지도 터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태준(한국OSG) 씨와 최정호(삼익THK) 씨는 "신입사원이면 실수나 사고를 치게 마련인데 그럴 때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고 격려해 준다면 용기를 내서 더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않고 '대학까지 나와서 그것도 못하느냐'는 식으로 핀잔 주는 상사는 존경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희(삼익THK) 씨는 "업무지시를 할 때 '그거'나 '이거' 가져오라는 식으로 불명확하게 하는 상사는 별로"라고 말했다. "내가 너만할 때는 날았어."라는 식으로 자랑만 하는 상사도 기피대상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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