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흑풍(黑風)이 휘몰아치고 있다. '블랙 푸드(Black Food)'열풍이라고 할 만큼 올 초 다크 초콜릿에 이어 검은콩·검은깨·흑초·흑마늘 등 검은색 식·음료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인기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먹을거리로서 그다지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검은색이 웰빙 추구 패턴과 함께 어느새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이처럼 '블랙 푸드'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랙 푸드'의 항노화성분이 제 나이보다 어린 듯한 얼굴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란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계통 색소가 유해산소 생성을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신장을 비롯한 각 내장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것. 이에 유통업체들은 검은색 식품이 '동안(童顔)' 유지뿐만 아니라 탈모·피부·항암 등에 도움이 있다는 학계 등의 발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관련 상품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블랙 푸드' 바람에 불을 지핀 것은 하이(high) 카카오. 연초부터 하이 카카오(다크 초콜릿)가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하면서 블랙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끌어당겼다.
◇블랙 푸드란
검은색을 띤 자연식품 또는 이것으로 만든 음식을 말한다. 검은 콩·깨·쌀을 비롯한 가지·자두·포도·오디·블루베리·김·미역·다시마·목이버섯·수박씨·오징어먹물·캐비아 등은 천연식품. 이 같은 식품에는 항산화·항암·항궤양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수용성 색소가 있어 검은색을 띠게 된다. 안토시아닌은 노화와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중화할 뿐만 아니라 심장질병·뇌졸중·성인병·암 예방에도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콩=해독·신경진정 작용을 하고 신장을 다스리며 혈액순환도 원활케하는 음식.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은 물론 비타민 B1·B2, 니아신 등의 성분이 풍부하다. 또 황색 콩에 비해 항암·노화억제 물질이 많으며 신장계통의 대사 촉진에 효과가 좋을 뿐만 아니라 체내 독소를 빼내는 작용이 뛰어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동맥경화·뇌혈전증 등에도 좋으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이소플라본을 함유,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갱년기장애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아백화점 등에서 100g당 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검은깨='동의보감'에 검정참깨는 여덟 가지 곡식 중 가장 좋은 것이라 하여 '거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반적으로 검은깨는 기운을 돕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오장을 윤택하게 해준다. 또 소화효소가 많고 지방질이 풍부, 위장을 매끄럽게 해주며 간장·신장이 허해 생기는 탈모나 눈이 침침할 때 먹으면 좋다. 특히 비타민 B군을 포함한 리놀산 등 불포화지방산을 함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풍부한 인지질성분과 비타민E가 피부건조증·가려움증을 완화시키며, 일반 깨에 비해 레시틴이 많아 기억력·집중력을 높이고,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돕는다. 시중 값은 100g에 3천250원.
▷검은쌀(흑미)=현미의 겨 부분에 검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포함돼 '장수미','약미'로 불리며 흰쌀보다 맛·영양·향이 탁월한 것이 특징. 특히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물론 비타민 B1·B2·B3, 철, 아연, 망간, 셀레늄 등 미네랄원소를 일반 쌀보다 5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밤·대추·은행 등과 함께 흰쌀을 조금 섞어 지은 흑미밥은 흰밥보다 더 차지고 윤기가 돌아 입맛을 돋우는 데도 제격. 이유식을 만들 때도 다른 잡곡과 함께 섞으면 맛과 영양면에서 훨씬 좋다. 100g에 490원 선.
▷다시마=갑상선 기능을 조절하고 혈액을 보충하며 변비·부종·부스럼 등을 다스리는 약리효과가 있다. 알카리성으로 산성인 육류·쌀밥 등과 함께 먹으면 체질이 산성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다시마 가루를 하루에 한 숟가락(10g)씩 먹으면 위장운동을 좋게해 변비와 비만에 효과적이다. 동아백화점 식품매장 등에서 다시마는 100g 1천800원, 미역은 한 올 2천500원, 김은 한 속 3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야채=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매장에 가면 흑토마토를 볼 수 있다. 'Kumato'라 불리는 흑토마토는 기존 빨간 토마토의 중간 정도 크기로 단단한 섬유질과 맛·향·영양 등이 풍부하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며, 조직이 치밀해 씹는 맛이 좋고 비타민C 성분이 일반 토마토에 비해 1.4배 이상, 노화방지 물질인 베타카로틴은 2배 이상, 암 예방물질인 라이코펜 성분은 3배 이상 각각 함유하고 있다. 값은 2kg들이 1상자에 9천900원.
◇가공식품 범람
가공한 '블랙 푸드'류들도 유통업계 진열장을 도배하고 있다. 가공식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는 검은콩과 검은참깨. 검은콩 가공식품의 대표격은 검은콩 발효 생 청국장으로 진공동결 건조, 포장해 청국장의 효소와 영양소는 물론 생 청국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았다. 백화점 기준으로 판매가는 250g 2만 6천 원. 또 '곡물이야기 검은 콩'(310g 4천190원), '곡물이야기 검은 참깨'(250g 3천650원)를 비롯해 '검은콩·흑미 생식'(1kg 5천570원), '차온·까만콩차'(790원), '블랙빈 테라피' 등이 쉽게 볼 수 있는 가공 음료제품들.
지난해 히트했던 마시는 식초시장에서도 홍초 뒤를 이어 현미를 발표시켜 만드는 흑초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강한 맛 때문에 그다지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흑초와 흑마늘을 원료로 한 샘표의 '마시는 벌꿀 흑초'(350g 3천250원), '마시는 홍삼 흑초', '마시는 화이버 흑초 매실'과 오뚜기의 '마시는 석류 흑초'(600ml 5천500원), 롯데의 '상큼한 현미흑초 사랑초'(450원), 한국야쿠르트의 '천년의 식물 산'(1천500원) 등이 손꼽힌다. 흑초에는 현미의 영양이 고스란히 있는 데다 일반 과실 식초보다 필수 아미노산이 5∼10배 많아 피로회복·다이어트·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
다크 초콜릿과 함께 검은콩 현미스낵 등 과자류도 블랙으로 출시되고 있다. 올가의 검은콩 현미스낵은 씨눈이 살아 있는 현미와 국내산 검은콩(서리태)으로 만든 스낵. 14개 들이 9천800원이다.
이 밖에 '블랙체리 잼'(368g 1만 2천 원), '구운 검은콩 속청이'(140g 8천900원), 가지와 포도 등도 블랙식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동아쇼핑 푸드갤러리 이수원 팀장은 "최근엔 노년층뿐만 아니라 20, 30대 층까지도 블랙 푸드 제품을 찾고 있는 가운데 매출도 30% 이상 신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웰빙은 물론이고,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방지 효능이 있는 식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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