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합니다, 지식인과 진보언론"

입력 2007-06-30 07:41:43

▲ (위로부터)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중상모략
▲ (위로부터)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중상모략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레이몽 부동 지음/ 임왕준 옮김)

중상모략(앤 코울터 지음/ 이상돈·최일성 옮김)

지난 반세기 동안 소위 지식인 집단은 자본주의나 세계화 등 자유주의와 연관된 사고를 본격적인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현상은 자유주의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유주의 결실을 향유하는 일반 시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열성적인 자유주의자를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을 키워왔다는 얘기다.

이것은 참 이상한 현상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반미 감정이 유별나고, 지극히 자본화된 사회에 살면서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남다르며, 빈·부 차에 대한 반감은 신경증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물론 그간의 어두운 역사적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정치·사회·경제적 삶을 조절하는 원칙으로서의 자유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반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어쩌면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184쪽, 9천 원)'의 저자 레이몽 부동은 알랭 투렌, 피에르 부르디외와 함께 현대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 하나다. 앞의 두 사람 저작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 소개되고 나름대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에 레이몽 부동은 지극히 낯선 이름이다. 어쩌면 이 사실은 '자유주의자' '우파적 사고'를 하는 사회학자에 대한 우리나라 지식인 집단의 이념적 성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지도 모른다.

레이몽 부동은 자유주의 사회의 병폐는 자유주의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주의 원칙에서 멀어졌을 때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부르기나 파소의 면제품은 판로를 잃어서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왜냐하면 세계화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자국의 면제품 생산업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강력한 지원책(=보호주의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교육과 공교육, 노동쟁의와 노사대립, 여성차별, 빈·부격차, 소수집단, 지식인과 비평가의 이념적 성향, 언론사의 성향 등 현대 프랑스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참 묘하다. 우리 한국사회도 프랑스와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상모략(400쪽, 1만 5천 원)'의 소위 진보주의자에 대한 공격은 보다 노골적이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언론 뉴욕 타임스의 위선과 편견을 파헤친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7주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예리한 통찰력과 엄밀한 조사를 통해 진보 편견에 사로잡힌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를 고발하면서 (미국의) 각종 언론 매체가 얼마나 좌편향되어 있으며,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경시하는지를 뛰어난 문장력과 반어법으로 설파함으로써 매력을 끈 것이다.

저자 앤 코울터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스탈린' '레이건' '소련' '스페인 내전' '니카라과 사태' '복지정책' '범죄정책' '사회보장제도' 등 지난 반세기 동안 해 온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고······.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