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명품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짤막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들 구매자들의 대부분이 여성 소비자들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다름 아닌 호화과시 경쟁이라는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이른바 호화사치 또는 호화과시라는 기준도 옛적에 비하면 크게 상향조정된 느낌도 없지 않다. 그것도 우리의 소득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호화사치라는 것도 그렇다. 호화생활이나 사치의 기준을 두고도 딱 부러지게 '이것이다'하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언젠가 국세청이 돈 많고 돈 잘 쓰는 호화생활 대상자로 지목한 기준을 보면 외제 자동차, 골프회원권, 헬스클럽 회원권, 요트 콘도 별장 등의 보유자와 부동산 과다 취득, 다주택, 상용건물 다보유자 등을 꼽았다.
호화사치나 호화생활을 얘기하면 억대를 호가하는 이브닝가운을 입고 구찌·웅가르·촬스주르당 등의 최고급 구두만 2천 켤레 넘게 지니고, 오전 한나절에 7억 원 상당의 보석을 구입하고, 오후에는 14억 원어치의 골동품을 사들였던 이멜다가 우리네 사치를 본다면 아직은 조무래기들의 놀음에 불과하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소득이 앞서가는 선진국들은 어떨까. 들은 얘기지만 미국 가정에서는 쓸모없는 옷가지나 가재도구를 주차장 같은 데 늘어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헐값으로 파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해 헌것을 판다기보다는 쓸모가 없어진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편이 옳은 표현일 듯싶다. 개라즈세일이라 불리는 이 개인 벼룩시장에는 상류층 부인들도 찾아와 브래지어를 골라 가슴에 맞추어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옷치레만 해도 명품을 쫓아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갓난아기가 있는 집의 초대를 받아 방문할 때 선물로 자기 집에 있는 옷 가운데 아기에게 입힐 만한 헌옷을 정갈하게 빨아 갖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했다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거지취급한다 해서 욕먹기 십상일 것이다.
외제 명품 매장에서 값비싼 옷들을 싹쓸이했다 해서 타박할 이유는 없다. 생활형편이 넉넉해지면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수출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인 봉제업이나 패션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애국심을 떠나 우리의 옷을 찾는 자연스런 현상이 사회적 힘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럭셔리(?)한 우리 천연염색옷 등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명품매장만 드나드는 여성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김정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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