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등 아웃소싱 업체 가장 큰 혼란
직원수가 320여 명인 대구의 한 중견업체는 60여 명에 이르는 계약직 직원들의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계약직 수를 줄이고 2년 뒤 정규직화할 것인지, 아예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용역업체에 맡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또한 업무 체계를 조정해 비정규직법에 포함된 '차별시정제도'를 피해가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정규직화하더라도 이전처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다르게 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정규직 직원의 부담이 늘더라도 업무 자체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오는 7월 1일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다. 계약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용역업체들은 정규직화 부담을 안게 됐다며 울상을 짓는가 하면 중소기업들은 차별시정제도를 피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차별시정제도 회피 고심=대구·경북 기업들은 다음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는 '차별시정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규직화의 경우 2009년 7월까지 여유가 있고 계약직 인원을 줄이거나 외주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되면 동일 직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에 임금 및 상여, 복지 등을 차별할 수 없어 노무관리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 이전까지 기업들은 계약직 근로자의 임금이나 근로시간, 야간·휴일수당 등을 조정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정규직 직군을 정규직과 아예 분리해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차별은 현재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큰 폭의 비용상승 부담 없이 '차별시정'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
실제 비정규직이 600여 명인 대구은행의 경우 2009년 7월부터 비정규직 중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전원 정규직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뒤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일선 창구에서 단순 업무에만 종사토록 하고 정규직은 고객 상담 등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계약직의 경우 지금까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왔기 때문에 정규직화하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면서도 "직군·직무군제 도입을 통한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부담을 줄일 계획이지만 아직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웃소싱 업체 비상=비정규직법 시행으로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바로 계약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외부용역업체. 계약직 근로자 대신, 외주용역에 맡기려는 기업들은 늘고 있지만 막상 계약직 근로자를 고용해 각 업체에 파견하는 용역업체들이 정규직화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입찰을 통해 1년 단위로 원청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인력 예측이 어려운데도 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구·경북의 경우 건물종합관리나 경비원, 환경미화원 등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업체 수는 157곳, 종사자 수만 7천4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100인 이상 근로자를 용역직원으로 채용한 업체가 7, 8곳일 정도로 규모가 작은데다 매년 계약업체가 바뀔 정도로 인력 수급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것. 계약직 직원이 260여 명인 한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단순직 근로자"라며 "정규직화되더라도 만약 위탁업체와 계약이 해지되면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법 적용이 되기 전에 미리 계약해지를 하거나 계약 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제한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용역업체가 기간제 근로자 사용의 예외 조항인 '유기사업(계절적 사업이나 건설공사 등 기간이 정해져 있는 사업)'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 업계는 외주용역은 건설공사처럼 특정 기간에만 유지되는 만큼 정규직 전환 규정의 '예외'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는 상태여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아직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용역업체에 계약 해지를 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달라는 부탁만 하고 있다."며 "하지만 계약 만료 후 대량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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