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에서는 1천200여 년 전 唐(당)나라 때부터의 관리 등용을 위한 주요 평가기준이 있었다. '身言書判(신언서판)'이다. 身(신)은 풍채와 용모를 뜻한다. 신체가 건장하면서도 위풍당당한 품격을 갖추어야 했다. 言(언)은 言辯(언변)으로서 말에 조리가 있고, 분명하며, 표현력이 뛰어나야 했다. 書(서)는 글씨로서 예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判(판)은 올바르고 지혜로운 판단력을 뜻했다. 아무리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해도 이 네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지 않으면 관리로 임용되기 어려웠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명품 최고 경영자(CEO)'의 8대 조건을 제시해 흥미롭다. 첫째 조건은 先見之明(선견지명)이다. 미래를 한 발 앞서 예측하고 준비하며, 비전을 보고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 질서와 철저하게 다르고, 새로운 것을 중시하는 創意性(창의성)이다. 구성원을 감싸 안아주는 따뜻한 배려와 긍정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칭찬, 겸손 등 인간미도 네번 째 조건으로 꼽혔다. 인재를 알아보고 잘 활용하는 用兵術(용병술), 배움에 대한 열정, 넘치는 활력, 정직한 품성, 사회적 책임 등도 필수 덕목으로 꼽혔다.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한 인간의 조건에 가깝다. 우리네 평범한 張三李四(장삼이사)들을 한없이 주눅들게 만든다. 옛 중국의 까다로운 '身言書判'도 자라목이 될 판이다.
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한 경영자로 칭송받는 몇몇 세계적인 '명품 CEO'들을 꼽았다. 빌 게이츠(마이크로 소프트), 스티브 잡스(애플), 잭 웰치(GE), 로이 바젤로스(제약회사 머크)…. 처음부터 명품 CEO는 아니었는지 몰라도 타고난 능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스스로 명품이 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고사 위기의 크라이슬러를 회생시켰음에도 구성원의 신망을 잃은 리 아이아코카, 한때 휴렛 팩커드를 진두지휘하며 세계적 여성 CEO로 화제가 됐지만 성과 부진으로 물러난 칼리 피오리나 등은 명품 CEO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大選(대선) 출마 희망자들이 현재 중앙선관위 예비등록자만도 57명이나 된다 한다. 대통령은 한 국가를 이끄는 최고의 '최고 경영자'다. '명품 대통령'은 언제쯤이나 나오려는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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