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이명박 경선 후보간에 벌어지고 있는 대운하 공약에 대한 정부 보고서 변조 공방이 한나라당 내분으로 번졌다. 이 후보측에서 박근혜 후보측이 보고서를 재작성해 언론에 유출했다고 새롭게 주장하면서다. 한창 경찰이 보고서 작성 및 최초 유출처로 수자원공사나 건교부에 혐의를 두는 상황에서 돌출한 것이다. 이 후보측 말이 사실이면 박 후보측이 정부와 내통했다는 것이고, 그 반대면 이 후보측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 정부, 정부 산하기관, 야당 후보진영이 뒤엉켜 제2 제3의 '진실게임' 공방으로 빠져들고 있는 원초적 원인은 현 정권에 있다. 난데없는 야당 후보 공약 검증이 사단을 불렀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임기 말 대통령이 대선 주자 공약의 타당성을 따져 뭘 어쩌겠다는 건가. 자기 임기 안에서 실행에 옮겨지는 공약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정부가 나서서 대선 주자 주요 공약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하고 있다.
현재 대선 주자 중 공약을 내세우는 이들은 한나라당 뿐이다. 범여 사람들은 대통합이니 뭐니 하며 정신이 없어 구체성 있는 공약을 내놓을 형편이 아니다. 대통령의 검증 명령은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 산하기관들이 대통령의 공개적 지시 이전부터 이.박 두 사람 공약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했다. 실체가 드러난 수자원공사팀 말고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교통연구원도 대운하 공약 뿐 아니라 박 후보의 '한.중 열차페리'공약 대책으로 2개 팀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짓이다.
국민 세금으로 움직이는 정부와 산하기관이 야당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관권 개입이라 해도 할 말이 있겠는가. 대통령의 검증 명령은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해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약 검증에서 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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