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은 끌고 젊은피는 밀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시리즈 우승 후 팀의 분열이 생선 썩는 것보다 빠르다고 한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을까? 우선은 '힘의 소진'이다. 풀시즌을 뛴 후에도 챔피언쉽을 위해 플레이오프를 치르므로 많은 힘이 소모된다. 더구나 매경기 전력을 다하고 집중해 소모가 클 뿐더러 웬만한 부상은 참고 뛴다. 그래서 그 후유증은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승 후의 포만감으로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승의 후유증은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자만심으로 연결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정상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느슨해져 빈 틈을 보이게 되고 그 허점이 많으면 많을 수록 허물어지는 속도도 빠르다.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감독 시절 시리즈 우승 후 첫 인터뷰 때 마다 "내일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 우승 후 다만 며칠이라도 푹 쉬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나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을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준비하겠다는 말 속에는 프로세계의 승부의식이 깊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승부가 걸린 곳에서는 도전하는 입장보다 지키는 입장이 어려운 것이며 나중에 하겠다는 생각은 승자의 여유가 아닌 배부른 착각의 오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2년 연속 1위에 올라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힘의 소모도 컸다. 배영수가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고 권오준의 위력도 감퇴됐다. 지난해에 비해 야수들의 부상도 잦아졌다.
연속으로 풀 시즌을 뛴 선수들에게 어찌 부상의 후유증이 없겠는가? 그러다 보니 마운드는 전체적으로 구심점이 약화됐고 타격에서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다. 승률 관리가 뜻대로 안되고 이 상태라면 언젠가는 한계가 올 것이다. 한 경기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만큼 한계는 빨리 올 것이다.
그러나 비장의 카드는 있다. 선동열 감독은 여느해보다 많은 동계 훈련량을 치뤘다. 체력이 한차례 바닥이 날 한여름의 승부를 위해서다. 그 승부의 몫은 모두 베테랑의 몫이다. 돌파구를 여는 몫도, 해결사의 몫도 모두 베테랑의 몫인 것이다. 어려운 기로에 섰을 때 누가 앞장을 서야 하는지는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스타팅 멤버의 80%가 FA선수로 구성된 삼성의 진정한 힘은 역시 베테랑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 연속으로 우승컵을 쥔 명예의 손에서 결속력의 산물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싸움의 충분한 경험으로 기본에 충실해 서서히 강해지는 노장의 투혼 속에서 젊은 피가 동화 되지 않는다면 라이온즈의 미래는 없다.
그라운드 위에서 누구나 땀을 흘리지만 삼성의 노장들이 흘리는 땀의 의미는 이제 달라야 한다. 선고를 기다리는 노장의 모습은 정말 처량하지 않은가?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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