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남자와 여자

입력 2007-06-21 11:53:21

'며느리의 남편을 아들로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라는 게 요즘 아줌마들의 우스개다. 늘그막에 해외 여행이라도 가려면 육촌 시동생보다 못한 아들보다는 딸이 있어야 한다는 게 상식화됐다. 딸 가진 부모의 노후가 행복해지다보니 백년 손님이던 사위들은 처가 행사에 가면 이것 저것 치다꺼리에 바쁘다. 집안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지위가 훌쩍 올라 갔다는 말들이다.

가계 살림에 있어 여성의 발언권은 이미 절대적이다. 살림살이 장만의 결정권은 아내의 몫이 돼 가전제품을 비롯 생활용품 판매회사들은 주부의 관심을 끄는 데 사활을 건다. 일부 백화점은 아예 '모녀의 달' 따위를 정해 여성을 겨냥한 판촉행사를 벌인다. 남성 제품마저 여성의 취향에 맞춘다. 지갑을 움켜쥔 여성들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오늘 아침 외신에는 미국 대학들이 실력이 뛰어난 여학생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여학생의 성적이 뛰어나 남녀 성비 비율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학생들의 성취 속도가 빨라 남자들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도 한다. 이런 추세로 가면 몇 년 안에 남녀 학생 비율이 40대 60으로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게 미국 대학 당국자들의 고민거리란다.

그렇지만 아직도 적잖은 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남녀 불평등을 항변한다. 기회 부여에서부터 차별이 여전하고 맡겨지는 역할도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성공한 여성들도 많지만 이들의 상당수가 여성임을 내세우는 대신 이른바 남성과의 동화(同化)로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도 극심한 남아 선호사상은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보상심리라는 이들도 있다.

여성의 활약이 돋보이니 당연히 남성들은 위축된다. 우리나라 40, 50대 남성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이유도 심리적 압박감때문이라고 한다. 실익도 없는 가부장제의 의무감이 수명까지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생물계의 모계혈통을 주장, 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여성운동상까지 받은 최재천 교수는 역설적으로 "여성시대가 도래하면 되레 남성이 편해진다"고 한다. 여풍 시대에 주눅든 남성들이여, 세상의 변화에 마음을 열어 평화를 찾아봄은 어떨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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