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추가 협상 일방통행 안 되도록

입력 2007-06-20 11:44:1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추가 협상'에 들어갈 모양이다. '재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추가 협상'이란 修辭(수사)를 동원해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추가 협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추가 협상에서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협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미 의회의 승인을 받으려면 의회를 장악한 미국 민주당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해된다. 정부는 추가 협상에 나서면서 기존 협정 결과와 均衡(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FTA 협정문 공개 이후 수많은 독소조항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터에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이번 추가 협상에선 노동'환경'의약품 등 7가지 분야가 협상 대상이고 기존 협정의 근간은 흔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미국측은 미 국내법에 저촉되는 조항이 있다며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측은 미 국내법 저촉을 내세우지만 우리 역시 수많은 국내법을 개정해야 할 정도로 미국에 굴욕에 가까운 양보를 거듭했다. 그렇다면 이는 '추가 협상'이 아니라 '재협상'이다.

따라서 노동'환경 등 추가협상 분야 외에 기존 협정문을 손대는 경우가 생긴다면 우리 역시 국내 정책까지 소송 대상으로 만든 투자자-정부소송제 등 독소조항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협정문이 공개된 이후 처음 열린 한'미 FTA 청문회를 건성으로 진행하는 등 검증을 포기한 인상이다. 온통 대통령선거에 정신이 팔려있는 탓이다. 정부를 믿는 수밖에 없으나 현 정부에는 제동장치가 없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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