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계절이다. 때 이른 무더위로 모기, 하루살이, 날벌레 등에 대한 민원이 그 어느 해보다 많고, 방역 풍경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위해성 논란이 있는 '연기 방역'이 서서히 사라지고 물을 사용한 분무 소독이 일반화되고 있어 방역차를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은 추억 속에만 남게 될 전망이다.
◆사라지는 '연기'
어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여름날 추억 중 하나가 방역차 꽁무니 따라다니기다. 일명 '방구차'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흰 연기를 내뿜으며 온 동네를 휘젓던 방역차를 무리지어 따라다니다 보면 하루 해가 다갔지만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방역 차의 연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경유)과 섞인 살충제를 열로 태워 만드는 것으로, 공기 오염과 함께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
대구는 매년 3~11월 방역을 하면서 연기 소독 비율을 점점 낮추고 있다. 보건소(3~10월)와 동사무소(5~9월)로 나눠 방역을 하는 달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동사무소는 매일, 보건소는 주 3회씩 연기 소독을 했지만 올해는 동사무소 주 3회, 보건소 주 2, 3회로 연기 소독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구청들도 3, 4년 전부터 7~9월 한때만 연기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대신에 '잔류 분무' 기법을 동원한다. 경유 대신 물을 사용해 대기 오염이 적고, 땅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살충 효과도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는 방역 후진(?) 도시
그러나 대구의 연기 소독 비율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편. 지난해부터 친환경 분무소독으로 전환한 청주시, 지난달부터 식물성 오일에 살충제와 물을 섞어 뿌리고 있는 서울 노원구 등 연기 소독을 완전히 없앤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대구의 보건소들은 여전히 연기 소독에 애착을 갖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연기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이 아직까지도 많기 때문."이라며 "별 표시가 안 나는 분무 대신 눈에 확 띄는 연기 소독을 해 달라는 민원인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또 단시간에 넓은 지역을 소독하는 데에는 연기 소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그러나 방역 업체들은 "연기 소독은 일시적으로 해충을 몰아낼 뿐"이라며 "공기 오염과 인체 유해성을 고려해 연기와 분무 소독을 병행해 적재적소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 선진화하려면
누가 뭐래도 '벌레'는 온 국민의 골칫거리다. 이상 기온으로 사시 사철 벌레들이 설쳐대기 때문. 이에 따라 다른 지자체에서는 벌레 퇴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초 여름철 대표 해충인 '모기' 방역 계획을 발표한 광주는 미꾸라지, 유충분포 지도, 주민참여형 혁신방역제도를 들고 나왔다. 미꾸라지 1마리가 모기 유충 500마리 이상을 '포식'한다는 학계 분석에 따라 저수지별로 1만 5천 마리의 미꾸라지를 방류하고, 하천과 정화조의 모기 유충 분포 지도를 작성하는 한편 주민이 집 근처의 모기 서식처를 직접 방역하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요란한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광역 방역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 한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방역 업무는 구·군별로 자치화돼 있지만 벌레들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독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여러 구가 나눠 담당하는 신천변만 하더라도 광역 계획을 통해 한꺼번에 방역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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