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공포영화 하면 긴 생머리에 섬뜩한 표정의 여배우들이 떠오른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겁에 질린 눈동자, 소복까지 곁들이면 특별한 장치 없이도 관객들이 비명을 따라지르기 마련. 이 때문에 납량특집의 단골 주인공은 여배우였다.
하지만 올여름, 공포영화에 남자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 황정민, 천정명, 김명민 등 남자 주인공들이 올여름 공포를 책임진다.
이번 주 개봉하는 공포영화 '검은 집'(감독 신태라)은 걸출한 배우 황정민의 첫 스릴러 영화로 눈길을 끈다. 황정민은 체중을 감량해가며 죄의식과 불안함에 떠는 인물을 표현해냈다.
영화는 '사이코 패스'라는 새로운 코드를 준비했다. 귀신이나 원한에 사무친 복수극 따위가 아닌, 그저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이코 패스는 아주 현실적인 소재이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전준오(황정민)는 어릴 적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동생에게 죄의식을 갖고 있는 보험사 직원. 어느 날 보험 고객 박충배의 집을 방문하자 박충배는 아들의 방을 열어 보인다. 7세 된 박충배의 의붓아들이 목을 매 자살해 있었던 것.
준오는 충배가 보험금을 노려 의붓아들을 죽였다고 생각한다. 충배의 아내 이화는 손목에 칼로 그은 흔적이 있으며 아들의 재가 뿌려지기도 전에 나타난 충배는 보험금 지급 요청서를 내민다.
정신과 의사는 준오를 찾아와 충배가 누군가를 죽일 때조차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이코 패스 환자일 수 있다고 충고하며 논문을 준다.
준오가 계속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동안 강아지가 목잘려 죽고, 정신과 의사가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며 곧바로 범인을 밝힌다. 범인과 준오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후반부를 이끌어가려 한다. 후반부에 이르며 인간의 잔혹함은 더욱 진하게 보여지며, 죄의식 속에 살아가는 준오와 죄의식이 없는 범인과의 사이에 생기는 묘한 동질감이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냉철한 의사 장준혁으로 인기몰이 중인 김명민은 영화 '리턴'(감독 이규만)으로 스크린 공포에 도전한다. 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다 깨어나는 '수술 중 각성'을 겪은 뒤 살인을 저지른 기억을 봉인당한 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의학 스릴러. 김명민에게는 '소름'에 이은 두 번째 공포 스릴러 도전이다. 드라마와 달리 다정다감한 외과의로 분해 다시 의사 가운을 입는다.
엘리트 의사집안의 외아들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10세 소년 나상우는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는 '수술 중 각성' 현상을 겪게 된다. 그 후 차가워진 눈빛과 섬뜩한 행동 등으로 주위를 애태우던 상우는 결국 한 아이를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진전이 없던 상우에게 의사는 최후의 방법으로 최면치료를 시도하고 최면으로 끔찍했던 수술의 기억이 봉인된다.
한편 냉철하고 이지적인 성격의 촉망받는 외과의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아내 희진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재우. 남부러울 것 없는 그에게 골칫거리가 있다면 그가 집도한 수술 도중 사망한 환자의 남편인 이명석의 지속적인 협박과 매일 밤 같은 꿈에 시달리는 것이다.
어느 날 마취가 불가능한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마취과 전문의 장석호, 최면의 오치훈과 함께 최면을 이용하여 수술을 시도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던 중, 연락이 끊겼던 어릴 적 친구 강욱환이 10년 만에 나타나고 하나 둘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리턴'에는 김명민 외에 김태우, 유준상, 정유석 등 굵직한 남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 가운데 최면치료사 역할을 맡은 김태우는 1940년대 서울의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공포영화 '기담'(감독 정식 정범식)에도 캐스팅돼 연이어 2편의 공포물을 선보인다. '기담'에서는 도쿄 유학을 마친 엘리트 의사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김태우는 '얼굴없는 미녀'에 이어 3번째 의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하반기에 개봉 예정으로 한창 촬영 중에 있는 공포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천정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림형제의 동명 동화를 모티프로 삼은 '헨젤과 그레텔'은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깊고 아름다운 숲 속 예쁜 집에 사는 3남매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꿨다. 천정명은 아이들의 집을 우연히 발견한 청년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는 실제 동화같은 예쁜 소품들과 1천500만 원을 호가하는 인형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정민, 김명민, 천정명 등 '호러 킹'들이 이번 여름, 관객들에게 어떤 종류의 공포를 안겨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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