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풍요는 앞서간 이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피워낸 꽃이다. 나라를 위해 피땀을 흘린 국가유공자들과 그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유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대구보훈청이 주관하는 '2007 매일보훈대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4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마련된다. 상이군경·유족·미망인·장한 아내·특별 무공수훈 부문 등 5개 부문에 걸쳐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5명씩 10명이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각 수상자들의 삶에는 요즘 세대들이 믿기 힘든 눈물과 감동이 맺혀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상이군경 부문 홍현규(65·남구 대명동) 씨
1942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홍 씨는 1964년 7월 육군에 입대, 육군공병학교 수송부에서 보급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병참부대 보급품을 수송하던 도중 차량이 전복, 두 눈을 모두 실명하는 큰 사고를 당해 1968년 명예 전역했다. 한동안 방황하던 홍 씨는 1973년 부인 손정영 씨를 만나면서 재기, 상이군경회 대구시지부 실명특별지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실명특별지회장으로 일하며 일일 찻집으로 얻은 수익을 양로원에 지원하고, 생활이 어려운 미망인이나 회원들을 사비를 털어 돕는 등 이웃돕기에 앞장서 왔다.
◆유족 부문 최복순(54·여·북구 동서변동) 씨
8남매의 장남이었던 아버지가 6·25때 자원 입대했다가 장렬히 전사하면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할머니는 상심 끝에 중풍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고 할아버지마저 곧 뒤를 따랐다. 유복녀로 태어난 최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학업을 계속해 마침내 경희대에 입학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병석에 눕게 되자 학교를 중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최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지극 봉양했으며 특히 유족회 호국부녀회 회원으로 일하며 홀몸 유공자 방문과 무료급식 봉사 활동, 충혼탑 주변 잡초제거, 농촌봉사활동, 거리질서 캠페인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미망인 부문 김판순(74·여·서구 내당2동) 씨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경찰관이던 남편을 만난 김 씨. 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불과 2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1953년 한국전쟁 중 남편이 태중에 있던 아들만 남겨둔 채 전사한 것. 생활전선에 뛰어든 김 씨는 여섯 살 난 아들을 시부모에게 맡겨둔 채 부산의 한 넥타이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을 해야했다. 1957년 대구로 온 이후에는 대성직물에서 30년간 일을 하며 가족을 돌봤다. 특히 김 씨는 미망인 서구지회 여성협의회 회원으로 지역 내 홀몸 미망인들을 위한 김장 담그기, 바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 공로로 1990년 대구시장 표창, 1996년에는 국가보훈처장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장한 아내 부문 강홍련(48·여·북구 동천동) 씨
강 씨의 남편은 1970년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지뢰 폭발로 두 무릎 아래를 잃은 전상군경(3급). 강 씨는 부상과 고통스런 질병, 첫 결혼의 실패로 좌절에 빠졌던 남편에게 희망의 빛이 돼 주었다. 남편이 당뇨와 협심증, 위궤양, 백내장 등 온갖 질병으로 50여 차례나 수술을 받는 동안 묵묵히 곁을 지켰고 전처의 자녀들과 재혼 후 가진 자녀 등 3남 1녀를 훌륭히 키워냈다. 또한 대구 북구 읍내동 대구소년원의 구내식당에 취업, 억척스레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도맡았다. 강 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만난 소년수들의 갱생을 위해 헌신했으며 저소득층 홀몸 노인들을 위해 집안청소와 식사 대접, 물리치료 등 봉사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특별 무공수훈 부문 곽태곤(73·수성구 상동) 씨
6·25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곽 씨는 교직을 접어두고 육군에 자원입대, 공병으로 최전방을 누볐다. 도로폭파 등 적의 공격로와 퇴로를 차단하는 데 뛰어난 활약을 보였으며 1952년 현리전투에서 괄목할 전공을 세워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휴전 이후에는 소위로 임관, 국토방위에 헌신하다 1956년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교사로 복직해 1996년 교장으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40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퇴임 후에는 무공수훈자회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매년 현충시설 참배와 국가 안보 강좌, 거리질서 확립, 청소년 선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상이군경 부문 김복태(61·포항시 송라면) 씨
김 씨는 1969년 월남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 차량이 전복돼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온몸이 마비된 채 명예 제대했다. 1972년 아내와 결혼 후 증상이 호전된 김 씨는 정부 지원금을 털어 대구 달성군에 양장점을 열었고 매일 서너 시간만 잠을 자며 일한 끝에 기반을 잡았다. 1980년 귀향, 횟집을 열어 성공했고 1997년에는 현대식 여관을 세워 매월 5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등 자립에 성공했다. 김 씨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경주교도소 교화위원으로 일하며 매월 교도소를 방문, 수형자 돕기에 힘썼다. 1997년부터는 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노뎀선교대'를 구성, 70세 이상 노인 50여 명에게 목욕과 이발 봉사, 경로잔치를 해오고 있다.
◆유족 부문 장영길(57·경주시 충효동) 씨
장 씨가 세 살 되던 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전사통지서가 날아들었다. 2년 뒤 어머니는 재혼했고 장 씨는 친척들의 곁에 남겨졌다. 장 씨는 대학 시절, 병역 면제 혜택에도 자원 입대, 육군에 복무했으며 졸업 후 1992년까지 울산시 상북고교와 서울 서문여고에서 국어교사로 후학들을 기르는 데 힘썼다. 서문여고 근무 시절인 1990년 '거북이회'를 결성, 일본 벳푸의 장애인 시설인 '태양의 집'을 방문키도 했으며 1994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년 뒤 동국대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1999년 '국제언어문학회'를 조직, 한·중·일 3국의 학술 교류에 앞장서왔고 최근에는 경주보훈지청 혁신평가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특강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망인 부문 신한이(75·칠곡군 왜관읍) 씨
"곧 돌아오리라."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남편은 '행방불명' 통보만 남긴 채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신 씨는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 시부모와 시동생 6남매의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농사일에 매달려야했기 때문. 1960년 생계를 위해 대구 달성방직에 취직한 신 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시동생과 시누이들을 출가시켰다. 특히 둘째 시동생이 세상을 떠나자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동서와 함께 조카 4남매를 돌봤다. 생활이 안정되자 신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무의탁 전쟁 미망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에 힘을 쏟았고 현충시설 환경 정화와 자연보호 운동에도 앞장섰다. 이 같은 공로로 2006년 경북도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장한 아내 부문 권은희(48·포항시 해도1동) 씨
월남전 참전용사로 적 포탄에 전신 파편상을 입고 실의에 빠져 있던 남편을 일으켜 세운 건 권 씨의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남편의 순수함과 삶에 대한 열정에 반했다는 권 씨는 방황하던 두 남매를 보듬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냈으며 12년째 중풍으로 거동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해왔다. 2002년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자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수족처럼 돌보기도 했다. 또한 2002년 녹색환경봉사단 포항지부의 창립멤버로 참여,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며 형산강 정화활동, 등산로 청소, 상수원 보호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며 월남참전전우회 부인회원으로 불우이웃돕기 일일찻집 등 각종 봉사활동도 펼쳐왔다.
◆특별 무공수훈 부문 강오성(58·안동시 북후면) 씨
1971년 월남전에 참전한 강 씨는 풋갓산 전투에서 전신파편상과 복부 관통상 등 중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역 당시 장애 3급으로 부모와 가족, 동생들을 부양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강 씨는 국가보훈처 대부지원금과 주택 자금 등 2천100여만 원을 대출받아 복합 영농에 나섰다. 온 가족이 피나는 노력을 쏟은 끝에 모든 빚을 갚았고 현재 논 3천500평과 밭 2천여 평의 농사를 짓고 한우 50마리를 키우는 등 자립에 성공했다. 강 씨는 안동시 청소년선도위원과 경북 명예감사관, 안동한우발전협의회 회장, 마을금고 이사장 등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일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안동시장 표창, 경북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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