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번지는 '렌터카' 붐

입력 2007-06-18 09:34:43

"새 차 타니 근무의욕 쑥쑥"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의 A대리는 2천700cc급 그랜저를 탄다. 지난달 차를 바꿨다.

하지만 A대리는 차를 살 때 한푼도 내지 않았다. 렌터카 형태로 차를 빌린 탓이다.

A대리가 그랜저를 굴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은 매달 39만 원. 알아봤더니 시중 렌터카 회사에서 정식으로 차를 빌린 가격의 60% 수준이라는 것이 이 은행 직원들의 설명. 렌터 비용이 이렇게 저렴한 것은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렌터카회사와 '대량계약'을 통해 렌터 가격을 낮춘 탓이다.

시중은행 노동조합이 '렌터카'를 통해 조합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 더 큰 차에다, 새 차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렌터카 복지'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이 제도를 시작, 현재 전국적으로 8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렌터카를 타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신청이 쏟아지면서 조기 마감을 했으며 1천여 명이 몰렸으나 차가 모자라 모두 배정해주지 못했다는 것.

이 은행 노조원들은 차량사용기간으로 4년 계약을 했으며 기름값만 내고 차를 굴리고 있다.

그랜저를 타는 A대리는 "자동차세, 보험 등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차를 굴리는 것이 매우 편하다."며 "LPG를 사용할 수 있으니 연료비도 절약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송성현 부장은 "2천cc급 소나타를 굴리면 매달 29만 원씩을 내면 되는데 분석을 해보니 자가용으로 구입해 굴리는 것보다 500만 원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행 직원은 신용도가 있으니 렌터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결국 차 유지비용이 싸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성공'을 거두자 국민은행과 농협도 렌터카 제공을 위한 협약에 나섰다.

국민은행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처음으로 '렌터카 복지'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고, 기업은행도 이를 실시하면서 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자, '우리도 하자'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많아졌다."며 "더 큰 차를 타는 것이 가능하고, 새 차를 타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조합원들의 호응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자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노조들도 지난 14일 간부회의를 열고, 지방은행 공동안으로 '렌터카 복지'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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