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횟수 100번 '훌쩍'
숫자 '100'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100점 만점' '백전백승' '백년해로' 등에서 엿보듯 '100'에는 완전함과 도달해야 할 최고 목표점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같은 책을 100번 읽고, 같은 영화를 100번 본다면 눈 감고도 줄거리를 줄줄 외는 소위 '도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뮤지컬 '캣츠'를 100번도 넘게 본 사람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에 사는 박미령(가명·31·여) 씨. 그녀는 지난 2003년 '캣츠'의 내한 공연 때 이미 100번 이상 관람 기록을 세운 '캣츠' 마니아이다. 지금도 여전히 '캣츠' 공연장을 누비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본 '캣츠' 공연 횟수는 어림잡아 140~150회. 하도 많아 정확한 횟수는 자신도 모른다. 2003년 내한 공연 때만 108번을 관람했다. 캣츠 한국 공연뿐 아니라 해외 공연까지 봤다. 그녀는 지난 5월 31일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2007 캣츠'를 보기 위해 지난 12일에도 대구를 찾았다. 벌써 네 번째다.
"서울 공연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볼 것이고, 지방 공연은 한 주에 1, 2번은 볼 예정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앞으로도 최소 30번은 더 관람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녀는 '캣츠' 공연을 볼 때마다 같은 좌석은 피한다. 앉은 자리에 따라 느낌과 객석을 누비는 고양이들이 다르기 때문.
"캣츠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 마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역동적인 안무, 재미있는 가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고양이들의 관계를 더 세밀하게 알 수 있어 식상할 틈이 없습니다." 그녀가 털어놓는 '캣츠'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
또한 "캣츠는 공연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매회 고양이들의 모습이 틀리기 때문에 그 점을 찾아내는 것도 관람 포인트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원래 공연 관람을 좋아하며 한 곳에 몰입하는 성격이라 '캣츠' 뿐 아니라 다른 뮤지컬도 많이 봤다.
'오페라의 유령'은 60~70번, '라이온 킹'은 40번 이상 관람했다. 최소 10번 이상 보는 작품이 1년에 한두 작품 이상은 된다는 것. 뮤지컬을 보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중독 증세를 보여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 전국을 다닌다.
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퇴근 후 기차를 타고 지방 공연장을 찾기 일쑤다. 유럽에서 이름난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기 위해 지난 4월에는 오사카까지 날아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급 대부분을 공연비로 지출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공연비만 저축했어도 집 한 채는 구입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스스로도 도를 넘는 수준의 뮤지컬 마니아로 진단한 그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나를 좀 붙잡아 주면 나아질는지…"라며 웃음 지었다.
한편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캣츠'의 경우 50번 이상 관람한 국내 관객은 수십 명에 이른다. 10번 이상 본 사람들은 너무 많아 통계자료를 따로 낼 수 없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캣사모' '뮤클' 등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의 단체 관람도 줄을 잇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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