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구호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입력 2007-06-18 07:47:36

"민주인사 실질적 도움 기금 마련 최선"

"1970년대 말까지 대구·경북은 전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일제강점 하의 항일독립운동에서부터 4·19혁명, 반유신운동 등 민주화의 시기마다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어요. 하지만 지역민에게 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친북좌파' 정도로 왜곡되게 알려져 너무 안타깝습니다."

림구호(59)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그동안 지역 민주화운동은 역사와 활동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한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사회·경제적인 처지 또한 매우 어렵다는 것. 림 이사장은 "자녀의 학비나 본인의 질병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사회적인 도움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지역의 민주화투쟁에 대한 기록이나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2004년 3월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민주화운동 세력의 생활연대와 과거 운동의 복원 및 재조명을 목표로 기념사업회가 조직된 것. 3년째 이사장 직을 맡아오고 있는 그도 사실 지역의 대표적인 민주인사다. 경북대 물리학과 67학번인 림 이사장은 197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 사업에 연루돼 7년 10개월간 옥고를 치른 바 있다.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는 창립 이후 각종 추모 및 기념사업, 관련 심포지엄 등을 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민주가족캠프를 열고 있고 최근에는 6월항쟁 20주년 기념사업회에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참여, 기념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민주화운동 사료 발굴 및 연구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 2년에 걸쳐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방대한 사료를 수집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사업회는 앞으로 기초공동체 설립, 지역의 민주인사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금과 구호체계를 마련하고, 민주화운동기념재단과 민주공원 및 민주묘역을 조성해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고질적인 재정부족과 지역민들의 무관심이 큰 걸림돌이다. 림 이사장은 "상근 인력 없이 대학의 시간강사나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이 짬을 내 사업회 업무를 맡아주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번에 출간하게 될 사료집도 재정문제로 분석이나 설명을 달지 못하고 뼈대만 추려 낸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또 지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으로 치닫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진보세력은 지나치게 위축되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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