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사치족" 고가품 시장 새 트렌드

입력 2007-06-16 07:57:21

소품 하나쯤은 명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장 만족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소비를 통해 기쁨을 찾는다.

소비 욕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좀 더 좋은 물건, 즉 고급품이나 사치품에 대한 열망이다. 좀 더 나은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소비에서도 자연스럽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가 목표가 된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때 많은 샐러리맨들이 내집마련을 포기하는 대신 부부별 각자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원초적인 소비욕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급품에 대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제력. 부유층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얇은 지갑이 걱정이다. 이처럼 값비싼 고급제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욕구와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이 맞물리면서 등장한 새로운 소비트렌드가 바로 '작은 사치'. '작은 사치' 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은 사치'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제품 영역은 기존 최고급 브랜드의 소품들이다. 수백 만 원대의 핸드백이나 시계, 정장 등은 못 사더라도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되고 나름대로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롯데백화점 대구점 등의 해외 명품브랜드 '페라가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은 바로 지갑 및 벨트류다. 20, 30만 원대로 웬만한 국내 피혁잡화 브랜드와 값 차이가 크지 않아 인기다. 남성복 명품브랜드'보스'의 경우 정장은 100, 200만 원대이지만 티셔츠는 10, 20만 원, 바지는 20, 30만 원대로 국산 고급품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계 및 액세서리의 대표 브랜드 '알마니'도 20, 30대의 젊은층들이 주로 찾는데 30만 원대 시계, 20만 원대 귀걸이, 9만 원대 휴대전화기줄, 20만 원대 귀걸이가 잘 팔린다. 다른 명품브랜드도 주력상품인 의류나 가방과 같은 제품보다 지갑이나 머플러 같은 소품들이 많이 팔리는 편.

롯데백화점 대구점 신경덕 해외명품파트매니저는"몇십만 원짜리 명품 스토링 실버제품을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고, 또 즐거워한다."며 '작은 사치'의 한 예를 말했다. 요즘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층을 위주로 용돈을 모아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두터워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대구점 해외명품 신장률은 소품을 위주로 올 들어 17%에 이르고 있다.

'작은 사치'족들 입장에서는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할인행사장 등에서 관련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홀세일에서 유명브랜드 넥타이나 티셔츠 등을 시중유통 값보다 훨씬 싸게 구입하는 것도 알뜰전략 중의 하나.

이달 들어 20, 30%의 가격인하 세일로 '페라가모' 신발 가격이 국내브랜드 신상품 수준으로 떨어진 대백프라자와 롯데백화점 대구점 등의 해외명품 코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이 같은 '작은 사치'를 좇는 사람들 때문이다.

또 고급 월풀 욕조는 비싸기도 하지만 설치도 곤란한 탓인지 외면하면서도 목욕 용품이나 화장품은 천연원료로 만든 최고급품을 찾는 경향이 짙다. '아베다'매장의 바디오일의 경우 가격이 11만 원에 이르는데도 많이 찾는 등 화장품 의류의 경우는 비싸다는 장벽을 뛰어넘어 고급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층이 많다.

가격대가 비교적 높지만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 욕구가 반영되는 제품도 있다. 김치냉장고는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고가품이 잘 팔리는 추세. 삼성 하우젠, LG R-D303PN은 180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요층은 주로 주부들로 "비록 여윳돈이 없고 집도 좁지만, 넓은 집을 가진 듯 크고 값비싼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면 뿌듯해진다."고 말한다.

최근 백화점 가전매장에서 선보인 와인김치냉장고도 인기제품. '딤채 하이브리드'제품은 레드와인 및 화이트와인 전용실을 각각 만든 데다 유리·천연나무무늬목 소재 등을 사용, 김치냉장고가 아닌 가구이미지가 짙어 거실에 배치해도 좋다는 장점으로 인해 350만 원의 고가에도 잘 팔리고 있다.

남성들이 관심 갖는 사치 품목은 고급 볼펜과 만년필. 대표적인 브랜드가 '몽블랑'이다. 100년의 역사와 더불어 100% 수작업, 글감이 부드럽게 써진다는 이유 등으로 폭넓게 선호되는 제품으로 20, 30만 원짜리 펜과 만년필이 잘 팔린다. 백화점 판매사원들에 따르면 마이스터스틱 164, 마이스터스틱 P164와 같은 제품들은 검정 천연수지로 바디에 클립이 금이나 백금으로 도금처리 돼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워 보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

17일까지 열리는 롯데백화점의 '와인페스티벌'에 등장한 프랑스 특등급의 '샤토라피트로스칠드 97'은 가격이 무려 62만 원(750ml)이다. 이 같은 값비싼 고급와인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누구나 고급 와인잔은 한 두 개쯤 사고 싶어 한다. 크리스탈 전문매장 '파카크리스탈'에서는 독일 수입 크리스탈 와인잔을 13, 14만 원에 판매한다. 이 잔은 100% 수제로 작품성이 뛰어나 전시효과가 뛰어나고 조각정도에 따라 부딪치는 소리가 더 맑고 투명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도 휴대전화기와 선글라스가 젊은 층들에겐 작은 사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휴대전화기는 용돈을 일시적으로 모으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되면서 요즘 새로 나온 70만 원대의 화상전화기나 DMB폰이 인기이다.

비록 발리의 해변은 아니지만 고급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려는 젊은이들로 인해 백화점 '샤넬' 브랜드 등의 선글라스가 30만 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백프라자는 이달 초부터 브랜드별로 길게는 오는 8월말까지 해외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제품들에 대해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페라가모·버버리 30%, 막스앤코 40~20% 등 유명 브랜드에 대해 30, 20% 세일에 들어가면서 '작은 사치'족들의 발길이 머물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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