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의 기분은 기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괜한 일에 짜증이 솟구치기도, 괜시리 울적해져 눈물 한 방울을 떨구기도, 축축 늘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 위를 헤메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를 두고 '저기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런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잔뜩 찡그린 하늘만큼이나 찌푸린 얼굴, 신경질적인 태도…. 나 도데체 왜 이러는거야?
△감수성 예민한 당신
미국의 메사추세스 주립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전선이 끊어지는 등 최악의 기상상태에서 지능테스트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불안감 때문에 시험을 망칠 것이라고 흔히들 예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폭풍우 속에서 시험을 본 학생들의 성적은 평소보다 월등히 좋았다고 한다. 평소 75점 수준의 학생이 95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 폭풍이 정신의 자극제로 작용한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음이온'에 숨어있다. 대기중 음이온이 증가하면 몸은 무거워지지만, 상대적으로 정신은 더 맑아진다는 것. 공기 중에 음이온이 풍부해지면 뇌의 α파 활동을 증가시켜고, 신경호르몬인 세로토닉(serotonic)과 자유히스타민(freehistamin)을 억제해 정신운동 수행능력과 긴장완화의 효과가 있다고.
물론, 증상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마르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날씨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센티멘탈의 정도를 지나쳐 우울한 기분으로 빠져들기도 하고, 없는 고민 만들어가며 머리를 싸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창하게 맑은 날보다는 비 오는 날 프로포즈를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감수성이 한껏 예민해지고, 감정이 복받친 상태에서 누군가가 내게 사랑고백을 해 온다면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삭신이 쑤셔
기상청의 일기예보 정확도는 86% 선. 하지만 기상청보다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예보사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비가 오려나~, 허리가 쑤셔."라고 하면 어김없이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것.
비오는 날 이곳저곳이 쑤신 것은 기압과 관련이 있다. 비가오면 대기의 기압이 낮아져 인체를 누르는 힘이 작아지므로 근육이나 관절 등이 느슨해지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것. 관절염이나 신경통이 있는 이나 수술한 지 얼마되지 않은 환자들은 아픔을 호소하는 이유다. 한의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바로 범인은 '습도'에 숨어 있다. 차갑고 무건운 성질이 있는 습기는 인체의 기혈 순환에 지장을 주고, 몸을 늘어지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일조량과도 관계가 있다. 사람은 아침에 날이 밝아오면 인체 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잠에서 쉽게 깨어나도록 작동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잠을 더 오래자도 가뿐하게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온 몸이 찌뿌등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웬지 울적해
비가 오면 기분이 울적해지는 이유 역시 이 일조량 속에 숨어 있다. 뇌 안에서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는 늘어나고, 기분을 좋게해주는 호르몬인 세라토닌 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울한 기분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가을, 사람들이 괜시리 감성적이 되고, 겨울에 우울증 환자가 제일 많아 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장마관련 속담들도 그다지 긍적적인 의미는 없다.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장마'홍수 피해가 가뭄보다 더 크다는 뜻), '장마는 나이 많은 아내 잔소리와 같다'(그칠 듯 그칠 듯하면서도 이어진다는 뜻), '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웅얼거림). 장마와 관련한 대표적인 속담들이다. 윤홍길의 소설 '장마'에서는 시종일관 지루하고, 음울한 느낌이 습기처럼 피부에 끈적이며 달라 붙는 장마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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