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이어지는 장마철.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고, 기운은 축 쳐진다. 이럴 때 머릿속에 멤도는 몇 가지 음식이 있다.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 혹은 김치전, 향기 부드러운 커피 한 잔, 서늘하게 몸을 휘감을 기운을 달래줄 뜨끈한 칼국수나 수제비 한 그릇. 모든 사람의 입맛이 같은 것은 아닐진데, 왜 비만 오면 유독 이런 음식들이 당기는 걸까?
△밀가루 음식, 내 몸이 찾는다
비가 오는 날, 부침개나 칼국수 등의 밀가루 음식이 당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밀가루는 몸의 열과 답답한 증상을 없애주고 갈증을 해소해주기 때문에 비오는 날 먹으면 한낮의 높은 습도와 지친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해물파전'은 단백질과 비타민B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비 오는 날의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파 속의 '황화아릴'이라는 성분은 해물 속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의 흡수를 도와줘 꼭 맞아 떨어지는 음식궁합. 단백질의 주 성분인 아미노산과 비타민 B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물질로, 일시적으로 기분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부침개를 부치는 소리가 비오는 소리와 비슷해 연상작용을 일으킨다는 풀이도 있다. '소리는 사람을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위원회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전북 CBS 소병철 PD는 "비 오는 날 파전이 먹고 싶은 이유가, '우산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파전을 부치는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직접 프라이팬에 파전을 부치며 그 소리를 녹음했는데, 파전 부치는 소리가 비 오는 소리와 완벽하게 닮아 있더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이 있다. 모르고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파전 부치는 소리를 비오는 소리로 착각했다고.
△술 한잔 할까?
옛날 대학가에서는 이런 이름의 모임 하나 둘은 꼭 있었다. 우주회(雨酒會), 비오는 날 모여 술 마시는 모임이다. 비와 술은 뗄려야 떼 놓을 수 없는 집합. 부침개를 곁들인 막걸리도 좋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입맛 당기는 궁합이다.
막걸리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B와 이노시톨, 콜린 등이 풍부하고, 시큼한 맛을 내는 유기산이 들어잇어 갈증을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 소주는 비에 촉촉히 젖어 떨리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데 딱이다.
그렇다고 비와 술에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다 보니 괜시리 한 잔 술이 생각나는 것일 뿐. 비오는 날에는 야외활동보다는 따뜻한 실내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 구경이나 하는게 낫다는 생각도 술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술 판매량을 살펴보면 '비오는 날=술'이라는 공식이 맞지 않는 듯 보인다. 소주는 비가 오는 날이면 맑은 날에 비해 6% 매출이 감소한다고 한다.
△비올 땐 따뜻한 커피가 그립다?
비오는 날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유난히 입 안에 착착 감겨든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커피 한 잔인데 말이다. 이 '특별한' 커피 맛의 비밀은 바로 기압에 숨어 있다. 낮은 기압 때문에 커피 향이 위로 날아가지 않고 낮게 쫙 깔리며 코 끝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특히 장마철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기운을 북돋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자극해 날씨 탓에 칙칙해진 기분마저 업(up)시켜주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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