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기자'] 주식투자, 이렇게 하자

입력 2007-06-14 16:26:26

이번주 '나도기자'의 주인공은 대한투자증권 대구중앙지점 김희석 지점장입니다. 김 지점장은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0여년간 서울에서 기업 공개 및 자금 공급 등 기업관련 금융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10년간은 증권사 지점에서 실전투자를 맡아왔으며, 최근 업계에서 최고 수익률을 올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경남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이기도 한 김 지점장이 최근 주가지수 1700 포인트를 넘어서 그칠 줄 모르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주식 시장의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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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경기활황과 더불어 주식투자 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이 떠오른다. 너도 나도 은행 대출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고 "코스닥이 뭐예요?"라며 묻던 한 아줌마의 TV 광고가 한창 인기이던 그때는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요즘 투자자들은 더 똑똑해졌다. 주가가 1700 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증권사 객장은 가히 불이 붙는듯한 열기를 느낄 법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매우 차분한 편이다.

대한투자증권 백승헌 영남지역 본부장은 "예전 같으면 개별종목에 대한 대박을 꿈꾸며 정보를 찾아 증권사 객장을 방문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가치투자와 장기투자에 대한 안목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대한투자증권이 개최한 전국 투자설명회에는 정원 650명의 두 배 가까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열풍을 실감케 했다.

투자설명회에 강사로 나섰던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도 "과거에는 '어떤 종목을 사야하는가?', '지금 보유한 종목을 언제 팔아야 하는가?'하는 식으로 주로 종목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과는 달리 요즘 투자설명회는 주로 주식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 국내외 펀드투자 등 장기 투자전략에 더욱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이제는 투자자들도 그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많이 변해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제는 개미 투자자들도 철저한 분석과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처럼 객장이나 투자자들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주식이 올라가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역시 경기호조다. 통상 주가는 경기지수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주가가 연일 상승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반기에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번째는 풍부한 유동성을 꼽을 수 있다 .2005년 이후 저금리 지속과 부동산에 대한 정부 규제로 그동안 고전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줄어들고 있고, 펀드에 대한 열풍을 시작으로 증시로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이럴땐 조심하라

'일단 돈이 된다니 주식에 투자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최근 주식시장에 신용융자 잔고 추이를 보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주식을 외상으로 거래한 금액이 무려 5조 원에 육박하면서 '묻지마 투자' 경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신용융자거래'라고 한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잔고가 지난 1월 4천 921억 원에서 3월 9천 724억 원으로 폭등하더니 지난 4월에는 1조 9천 103억 원, 지난달 2일 2조 8천 214억 원, 지난달 10일에는 3조 5천 525억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과거처럼 '묻지마식 투자'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증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이같은 신용융자거래 규모를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만약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경우, 가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업협회측은 "신용융자를 하더라도 담보유지 비율이 증권사별로 130~170%로 설정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신용 융자가 가능한 종목이 1천 종목에 달하면서 자칫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개인들의 손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가령 1천만 원을 빌릴 때 담보유지 비율이 130%라면 예탁계좌에 1천 300만 원 어치의 주식이나 현금이 있어야 한다. 주식이 떨어져서 담보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손해를 보고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아울러 이러한 주식 상승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식 직접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주식을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 올해 주가지수는 1700 포인트를 넘어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성적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좋지 못하다.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인 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오히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투증권의 이상훈 상품전략본부장은 "아직 주식상승에 편승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우선 펀드에 투자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며 "주식형 펀드 자금이 이미 56조 원을 넘어서는 등 이번 주식상승 배경에는 주식형 펀드에 대한 열풍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투증권 김대영 증권영업지원부장도 "연일 이어지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객장이 차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간접투자 상품을 통한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식과 주식관련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재테크를 이야기할 수 없다. 5% 내외의 금리로는 재산증식 및 노후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 대박의 꿈은 계속된다

대박은 누구나 꿈꾸지만 대박은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88년 포스코 국민주 청약을 한 사람이 만약 지금까지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배당과 증자를 포함해 무려 80배 수익을 올렸다. 신세계는 지난 10년간 40배, 현대중공업은 30배나 올랐다. 하지만 이런 장기 투자를 통해 지금껏 당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주식시장에 떠도는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아라.' 주가의 일일 변동이나 단기적인 파동만 보고 투자를 하면 시세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한다.

남들이 주식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돈을 잃었다고 하면 그저 남의 일로만 치부한다. 주식시장은 분명 호기임에 틀림없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코스피(KOSPI) 지수가 2천 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단시간 대박을 노리고 주식에 뛰어드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일이다. 2천 포인트를 넘어서더라도 여전히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하락을 면치 못하는 종목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식은 어렵다.

김희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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