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문예회관인 '수성아트피아' 관장 김성열씨는 올해 서른 여덟이다. 전국 최연소 행정기관 산하 문예회관장인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30대가 장(長)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젊은 CEO이자 현장 실무자
신문에 난 사진으로 본 김성열 관장은 다소 '무게잡기'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김 관장은 단도직입적이고 털털한 말투를 썼다.
"아트피아 건물을 배경으로 찍어야 한다고, 기자들이 우기는 바람에 그 자리에 섰는데, 사람이 이상하게 보여요." 사진 속 김 관장이 다소 '건방지게 보였던' 것은 수성아트피아를 배경으로 계단 위에 서고, 밑에서 카메라 앵글을 맞춘 때문이었다. 동행한 정재호 위원은 "피사체를 위에 두고 아래에서 찍는 것은 독재자 히틀러가 좋아하던 방식이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문화예술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맞다, 아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 방식은 된다. 안 된다.' 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대표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흔히 모호하게 대답하거나 피하고 싶을 성싶은 이야기까지 그는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말하자면 그는 CEO인 동시에 현장 실무자처럼 보였다.
"정동극장 근무시절 티켓판매, 공연기획 및 관리, 청소까지 다 했습니다. 직접 해본 일이고, 잘 아는 일인만큼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는 편입니다. 대표이자 실무자인 셈이죠."
김 관장은 수성아트피아 관장 취임 전 정동극장 마케팅 팀장과 경기도 문화의 전당 공연기획, 예술단 운영부장을 역임했고, 전통풍물 공연 '도깨비 스톰'을 제작해 2년 6개월 동안 1천여 회의 공연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또 미국, 캐나다, 홍콩, 러시아 등 90여 차례 해외 공연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의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30대 관장으로 발탁되는 밑거름이 됐다.
◇ 보여주기'생색내기 행사 안 해
수성 아트피아의 개관 기념 공연과 전시는 화려했다. 지역 예술가와 신진 작가들을 위한 배려도 많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조수미, 장사익, 패티김,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등 호화 출연진 때문이었다. 수성 아트피아의 이 같은 기획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진작 이런 명품, 고품격 공연과 전시, 아카데미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구립인데 구립다운 공연'전시기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수성 아트피아를 전국 일등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대구시민들은 최고수준의 공연과 전시, 다양하고 의미 있는 작품을 감상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구립다운 공연이나 전시'와 일정한 선을 긋겠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관청 산하 기관이라는 이유로 무료행사, 퍼주기식 행사를 한다면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무료공연이 대부분 '보여주기,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무료 입장한 관객 역시 무성의하기 일쑤다. 떠들고, 장난치거나, 공연 중에 들락거리는 경우도 있어서 오히려 비용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값싼 게 좋은 게 아닙니다. 비용을 들이더라도 시민들이 감상하실만한 작품, 감상하시면 좋을 작품을 준비해 보여드리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수성아트피아가 개관 두 달도 되지 않아 '고품격, 명품' 문화예술 회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는 김 관장의 노력만은 아니다. 수성아트피아는 결국 대구시 수성구민과 수성구청이 운영하는 것이다. 김성열 관장 역시 이 점에 감사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저희 공연과 전시를 좋아하시고, 수성구청에서도 행정의 잣대보다 문화예술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원해줍니다. 자유롭게 일할 수 없었다면 전문성을 발휘할 수도 없었겠지요. 그 점에 감사합니다."
◇ 학창시절부터 문화예술에 푹 빠져
김관장은 중학교 시절부터 문화예술 공간을 갖고 싶었던 사람이다. 학창시절 내내 연극, 영화, 클래식, 제 3세계 음악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기업체에 다니던 시절에도 퇴근 후 장사를 했단다. 방문판매도 했고 옷가지를 팔기도 했다. 하루빨리 돈을 모아 자신의 문화공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대기업에서 받던 연봉의 절반도 되지 않는 연봉을 받으며 정동극장에 입사한 것도 문화예술이 좋아서였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오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예술은 '장인정신'입니다. 장인정신은 애정을 갖고 오래 임할 때 배어나는 것입니다. 건물의 나사하나 전구하나를 갈더라도 장인정신을 갖고 갈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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