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개그맨 전유성

입력 2007-06-14 16:34:03

'구라 잘 치는 것도 큰 재산입니다.

전 유성(58). 방송작가로 데뷔해, '개그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웬 만한 코미디, 개그프로그램엔 그의 흔적이 빠지질 않는 개그맨이다. 그를 대학로에서 만났다.

" 난 인터뷰를 잘 안하는데..."특유의 그의 톤이 길어진다. 그리고는 두 손이 컴퓨터를 향한다. 인터뷰 약속을 해놓고는... 이 말도 구라로 넘겨야하나 순간 당황됐다.

구라단수가 365단인 전유성. 그의 구라 떨기는 거짓말을 잘하고 '썰'을 잘 푸는 것과는 다르다. 이유인즉, 기발함의 구라로 삶의 활력을 팍팍 넣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귀가 토끼 귀로 변화고 , 두 눈은 황소 눈이 되며, 마음은 오감을 자극한다.

그가 구라로 세상을 꺼낼 때는 웃음철학을 담아낸다. 그래서 그를 이시대의 진정한 개그맨이자 기인이라고 말한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슬쩍 말을 꺼낸다.

"난, 값싸게 인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책 이라고 생각해요." 책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는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또 읽어서 얻어진 수천가지의 아이디어는 단전 밑에 꼭 감춰 놓는다. 심심하면 책방에서 살고, 남들이 피서지로 해수욕장을 찾을 때 그는 말 타고 전국일주를 하고, 남들이 컴퓨터를 배울 때, 그는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 유성만큼 할 수 있는 책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컴맹 탈출에 상당한 자심 감을 심어줬다. "에이~~ 컴퓨터 정도는 전 유성만큼은 할 수 있지~~'하며 웃음 날리며 산 컴퓨터 책은 해박한 그의 지식에 놀라고 자판연습에 열 올리게 만들어 줬다.

그가 책을 낸 것 중에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것이 있다면, 유 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패러디한 '남의 유산답사기'다. 이쯤 되면, 구라내공이 상당수준에 도달한 것 아닐까.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너무 많다. 열 손가락으로는 도저히 그의 직함을 설명할 수 없다. 어째든 그의 구라경력을 살펴보면, 개그맨 1호. 구라데뷔 경력 올해로 38년째다.

여전히 식지 않는 전유성식 입담은 남들이 고전 삼국지를 읽을 때, 전유성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삼국지를 재해석했다.

고전 삼국지를 수 십 번 읽고 스스로 그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단다. 그래서 그 궁금함을 스스로 해석한 삼국지를 재미있는 구라로 변신 시켜 놨다.

"그 당시에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심리 상태에서 그런 구라를 쳤을까 하고 궁금했지.. 목숨이 하나뿐이 등장인물들이 살기위해서 다양한 구라를 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러한 심리상태를 다양한 상황 속에 넣고 삼국지 이야기를 풀어 본겁니다."

등장인물소개도 간단 명료하고 이력서와 신상명세로 유비, 관우, 장비, 조조를 소개한다.

컨텐츠 창작집단 '구라공방' 대표직을 턱 달고 나타나 독자들한테 기막힌 해법으로 구라 삼국지를 웃음으로 날리고 있는 전 유성. 그의 식지 않는 아이디어는 몸속 어디서 자라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그는 "끊임없이 생각해서 만들어진 호기심에 집중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또다시 새롭게 생각 하면서 지내니까 자연적으로 묻어나는 거지요. 뭐~." 쑥스러워 하며 대답하지만, 전유성식 기발함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닌 듯 보인다.

서라벌예술대학교 연극연출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최고의 TV인기 쇼 프로그램'쑈쑈쑈' 대본을 쓰면서 진정한 연예산업의 구라세계에 입문해" 개그맨"으로서 그가 세상에 내 놓았던 숱한 화제 거리들은 단순하지 만은 않다.

그가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도 했지만, 개그맨들의 등용문이 된 개그콘테스트로 그가 낸 아이디어 상품이다."예전에 강변가요제를 할 땐데.. 생각해 보니까 가수들만 데뷔할 수 있는 가요제만 할 게 아니라, 코미디언들도 콘테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프로듀서한테 개그콘테스트 하면 어떻겠어? 했더니 그때부터 쭈욱~ 개그맨 콘테스트를 개최해 오더라고요." 쉽게 한마디 툭 던져서 세상을 변화시킨 아이디어 상품 하나가 툭 하니 나온 게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는 늘 그의 삶과 시간 속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듯 보인다.

예전에 그는 탤런트시험을 준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네 번의 탤런트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지. 그땐, 날 왜 떨어 트렸을까 하고 자책감도 많이 들었는데.. 내가 면접관이 되고 보니까 될 놈, 안될 놈 가려 지더라구, 선수는 처음부터 단박에 알아보게 되더라구요."

그는 후배 개그맨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코미디 전문극단'전유성의 코미디시장'을 통해 배출된 후배개그맨과 제자들 만해도 상당수에 이른다. 안 상태, 양배추, 김신영, 한 현민, 등이 그의 구라를 듣고, 개그맨이 됐고 후학을 통해 그가 가르쳤던 제자만도 수백 명이 넘는다.

"코미디도 음악이야. 태아한테 음악으로 태교를 하듯이, 표고버섯 재배 농가를 다니면서 표고버섯을 위한 코미디 음악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표고버섯도 웃음을 들어야 싱싱하게 잘 자라지 않겠어요." 이 말을 꺼내면서 그의 표정은 정말~ 정말로 진지하다. 분명히 꼭 그렇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전 유성, 그는 제주도에 코미디와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전용극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 극장도 파격적으로 만들 겁니다. 벽이 뚫리고, 천장이 열리는 그런 극장 구조로요. 그리고 지역 주민들도 의무적으로 출연하는 연극과 코미디도 개발할 겁니다. 지역공연에 지역주민들이 빠지면 안 되죠." 삼국지 10권이 마무리 되는대로 600석 규모의 극장을 만들기 위해서 극장 자리까지 다 봐둔 상태라고 말한다. "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지역주민들이 출연하고 재미있는 코미디 한편이 관광객을 맞는다면 극장으로서는 명소가 되지 않겠어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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