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강 래프팅

입력 2007-06-14 16:35:02

6~12명이 팀을 이뤄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빠른 물살을 헤치며 바위와 폭포, 여울과 강물의 낙차 등 온갖 장애를 극복해 가는 래프팅은 숨어있던 원시의 본능을 꿈틀거리게 한다.

#젊음과 자유의 만끽

노를 이용해 물을 튀기고 배를 흔들어 서로를 물로 밀어내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마음은 한 없이 자유롭던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자연 속에 마음껏 웃고 떠들다 보면 가슴 속에는 호방한 기상이 가득하고 팔다리 근육에는 힘이 불끈 솟는다.

#낭만과 모험에의 도전

간단한 안전요령을 익힌 후 고무보트와 구명조끼, 안전모와 패들러(노)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래프팅이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직장동료와 함께 노를 젓고 급물살을 타며 몸을 부대끼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낭만이 싹튼다. 집어삼킬 듯 넘실대던 급물살도 이들이 함께 하기에 모험심이 일고 도전의욕이 생긴다.

#스릴과 재미의 레저

삐죽한 바위를 피해 빠른 속도로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일은 스릴이 넘친다. 순간순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자칫 배가 뒤집히거나 바위에 걸려 사람이 튕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 이를 드러낸 물이 배를 삼킬 듯 넘칠 때면 온 몸은 전율에 휩싸인다. 모골이 송연하다.

그러나 무사히 급류를 빠져 나오면 안도의 숨과 함께 다음 급류가 기다려진다. 한 번 두 번…. 이제 밋밋한 물살은 싱겁다. 더 빠른 급류를 찾게 된다. 그 만큼 재미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돌아가야 할 일상은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간간히 즐기는 주변 경관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래프팅 유래=원시시대 뗏목을 띄워 수렵과 이동을 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2차대전이 끝나고 부산물로 남은 군용 고무보트를 이용해 그랜드 캐년의 콜라라도 강을 탐험하면서 본격화 됐고 1970년을 기점으로 세계각처의 강에 이러한 래프팅이 등장하게 되었다.

8인승 고무보트가 크게 한 번 기우뚱거리자 모두들 깜짝 놀라 물 속으로 떨어진다.

"풍덩!", "철퍼덕!"

물 속에 푹 잠긴 몸이 구명동의의 부력과 본능적으로 휘젓는 팔 다리에 의지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코와 입으로 들이마신 물에 사레가 걸려 연거푸 기침을 해댄다. 콧속은 최루가스를 마신 듯 찡하게 아려온다. 겨우 정신을 차려 떨어진 보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중 문득 주변의 자연경관이 눈앞에 가득 찬다. 티끌한점 없이 맑은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푸른 청량산 봉우리들이 선경처럼 솟아 있고 그 위에 하얀 구름 조각이 바람에 날린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에서 시작되는 운곡천과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줄기, 이 두개의 나리(川의 옛말)가 만나 수려한 청량산 12봉우리(6?6봉)를 휘감아 돌며 빼어난 절경을 이룬 이나리강.

급류를 가르며 모험과 스릴, 낭만과 협동심을 즐기는 이나리강 '래프팅'은 이렇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안전요원(가이드)의 일침을 신호로 출발한다.

"좌현 앞, 우현 뒤." 이어 "양현 앞."

본격적인 래프팅에 앞서 간단한 안전교육을 익힌 팀원들이 구령에 맞춰 노를 젓자 보트는 제 방향을 잡아 미끄러지듯 물위를 나아간다. 일렁이는 요동은 기분 좋은 흔들림으로 바뀐다.

강에서 보는 청량산 준봉들은 이나리강과 나란히 달리는 35번 국도에서 봤던 그 봉우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더욱 수려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따라 시선도 따라 옮겨지면서 기암절벽과 하늘을 이고 뻗은 소나무 군락, 한가로이 노니는 왜가리는 한 폭의 선경과 다름이 없다. 이미 강물에 몸을 실음으로써 강줄기와 청량산 자락이 빚어내는 소실점(消失點?원거리의 한 점에서 만나는 시선)이 달라진 결과이다. 보트가 급물살을 만나 요동칠수록 이 소실점은 이곳저곳 옮겨지면서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소실점의 변화로 자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래프팅의 또 다른 매력이다.

노을 이용한 물싸움과 롤링(Rolling?팀원들이 보트 양 편에 각각 일어서서 배를 좌우로 흔들기), 피칭(Pitching?배를 앞뒤로 흔들어 뒤집기)과 빠진 사람 건져 올리기 등 수상 이벤트를 통해 래프팅 팀원들이 물과 친숙해 질 즈음, 다다른 곳은 이나리강 래프팅 코스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백용담이다.

직각의 절벽이 우뚝 솟은 백용담은 기암과 수량이 풍부한 넓은 소(沼)가 형성돼 있고 꼭대기에는 삐죽 튀어나온 턱걸바위가 얹혀 있는 형세를 하고 있다.

무작정 코스를 길게 잡아 힘들여 노를 젓고 계속 급류를 타는 것만이 래프팅의 능사가 아닌 것 같다. 체력 소모를 감안한다면 물살이 잔잔한 곳에서 보트를 이용한 적당한 물놀이가 오히려 래프팅의 재미와 스릴을 즐기기에 더 안성맞춤이다.

남녀 팀원 각 한명씩을 뱃전에 세우고 보트를 제자리에서 돌려 떨어뜨리는 타이타닉, 뒤집어 놓은 보트 위에서 서로를 밀어 물에 떨어뜨리는 닭싸움에 이어 보트를 커다란 바위에 걸쳐놓고 한 명씩 온 몸을 던져 타는 미끄럼틀 놀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물놀이는 그야말로 잊혀진 동심의 세계이자 천혜의 경관이 선사하는 무한 자유다.

백용담 마지막 이벤트인 다이빙 체험은 담력을 필요로 한다. 5m높이 바위 위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짧은 자유낙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찔함을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다.

"첨벙."

다이빙 포즈가 하나같이 개구쟁이들에게 쫓겨 일제히 물로 달아나는 개구리 꼴이다. 그 모습들에 박장대소가 터지면서 강과 산으로 메아리가 진다.

한바탕 물놀이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는 래프팅의 백미인 급물살 타기가 기다린다. 물 속 바위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강여울은 군데군데 낙차와 뱃전을 가로 막는 돌출 장애물이 있어 물놀이로 풀렸던 마음에 긴장감을 스며들게 한다.

갑자기 빨라진 유속을 따라 고무보트가 더욱 요동을 친다. 뱃전에 걸터앉은 엉덩이가 덩달아 들썩이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 노 젓기는 안전요원의 구령에도 아랑곳 않고 엉킨다.

여울이 얕은 곳엔 강 하상에 걸리는 것을 막으려 보트를 360도로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전 백용담의 낭만은 어느 새 모험과 스릴로 바뀌었다.

20여분 강물과의 사투(?). 강이 제 먼저 지쳐 유속을 늦추자 무사히 여울을 건넜다는 안도감에 여기저기서 환호와 괴성이 터진다.

저 멀리 래프팅의 종착지인 오마교가 눈에 들어온다. 지친 표정이 역력하지만 모두들 얼굴엔 웃음이 번져 있다. 이 때다. 지시에 따라 노를 놓고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던 사이 안전요원이 팀원들을 다시 물에 빠뜨린다. "쿨룩 쿨룩." 몇 번째 들이키는 강물인지…. 이번엔 300여 m앞에 있는 오마교까지 헤엄쳐 가기다. 3시간 30여분의 래프팅. 하루해는 이미 서편으로 기울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바람은 청량하고 강바람은 시원하다. 햇살도 부드럽다. 물에 젖은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편하다.

◇이나리강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남안동 나들목에서 내려 안동방향 5번 국도를 타고 안동시 외곽을 거쳐 도산서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어 안동시를 벗어나면 이 길은 35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부터 봉화와 태백방향으로 쭉 가면 봉화군 청량산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서 청량산 묏뿌리를 따라 오른쪽에 흐르는 강이 바로 이나리강이다.

◇ 청량산 수련원

봉화군 명호면 이나리강에는 현재 22개의 래프팅 업체가 있다. 이중 대구 래프팅이 운영하는 '청량산 수련원'은 래프팅을 비롯한 서바이벌 게임, 해병대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1천 500여평의 폐교부지(옛 고양초등학교)를 개조해 숙소와 샤워, 취사 및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이 곳은 가족, 친구, 직장인, 동아리 등 그룹단위로 공동체 의식과 단합된 힘을 자연 속에서 레저를 통해 함양 할 수 있도록 한다.

김도현 대표는 "이나리강 래프팅은 35번 국도와 나란히 있어 사고 때 바로 조치가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특히 단체행사에 모자람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나리강 상류에 3개의 댐이 있어 갈수기에는 댐 문을 열어 수량을 확보하며 계곡과 강, 물살이 빠른 여울 등이 고루 있어 최적의 래프팅 장소."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나리강 래프팅은 5월초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진다. 수련원 인근 봉성숯불돼지고기 단지가 있어 맛 여행도 겸할 수 있다.

래프팅 비용:어른 1인 3만원, 어린이 1인 2만 5천원. (단체는 5천원씩 할인)

△문의:054)673-7784, 대구 사무소 053)783-5565 △홈페이지:www.dgrafting.com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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