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연금법 개정 졸속처리 안된다

입력 2007-06-14 07:33:17

온 나라가 대선 관련 보도 속에 파묻혀 민생관련 법안의 처리와 같은 중요한 이슈를 망각하고 있어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국민연금법 개정을 살펴보면 당초에는 현재 적게 내고 과다하게 많이 받음으로써 나타나는, 재정추계상 2047년 기금고갈로 인한 후세대의 부담을 우려하여 단계적으로 조금 더 내고 조금 덜 받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 조금 더 내는 부분은 삭제하고 단순히 연금 지급률만 40년 가입 시 평균소득월액의 60%에서 40%로 낮추는 방향으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노후의 최소한 소득보장 제도라는 취지를 퇴색시켜서 '용돈연금'으로 전락할 것이며 가입기피 및 제도 거부 사태를 초래하여 결국에는 국민연금 수혜의 사각지대가 커져만 갈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실질적인 노후소득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기초노령연금의 문제점에 대한 것이다. 당초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지급률을 낮추면서 낮아진 소득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또한 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층에게 혜택을 주는 측면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따라서 입법순서는 국민연금법이 먼저 개정되고 기초노령연금법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노인층 표를 의식한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를 관리주체로 하는 기초노령연금법만 국회를 통과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연금 지급률만 낮추고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별도의 체계로 운영한다면 용돈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국민연금제도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당초 취지대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관리운영이 국민연금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면 국민연금 지급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그 부분을 기초노령연금에서 일부 보완할 수 있으므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만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관리주체로 하는 기초노령연금법을 재개정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국가가 관리운영하여야 하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의 관리 일원화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의 장기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둘째, 현행법처럼 국고 80%, 지방비 20%(서울시 50%)로 재원의 일부를 지방비로 조달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의 부담이 가중된다.

셋째, 적용대상의 범위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60%로 매우 크고 보편적이므로 대상자 선정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수행 시 지역 간 수급자 선정의 형평성과 일관성 훼손으로 많은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넷째, 업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할 경우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각각 구축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인력이 많이 필요하나,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수행하면 보다 적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다섯째,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정부 또는 산하기관에서 기초연금을 통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 보도와 같이 국가 백년대계인 국민연금을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각 정당의 정치적인 이해가 걸린 사립학교법과 연계하여 법 개정을 처리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법 개정과 관련하여 국민과 언론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드린다.

하상철 국민연금공단 대구달성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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