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사랑을 이야기하다/ 최복현 지음/이른아침 펴냄
'사랑'만큼 인간에게 큰 화두를 던진 단어가 또 있을까. 인류 역사의 중심에는 늘 사랑이 놓여 있다. 문학 작품뿐 아니라 오페라, 영화, 드라마 등 어떤 장르에도 사랑이 빠지면 얘기가 안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사랑은 기쁨과 함께 고통도 준다.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사람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면 다른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쟁도 불사했다. 트로이를 멸망으로 몰고간 전쟁도 스파르타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유혹되어 트로이로 간 것이 발단이 됐다.
사랑을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지구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사랑을 한다. 이 책은 '인류 최고의 행복이자 최악의 고통'이라는 양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성 간의 사랑은 물론 동성애, 맹목적인 사랑, 비극을 부른 근친상간 등 인간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25가지 경우의 수를 신화 속에서 끄집어냈다.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영원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것. 자신의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연인에게 맹세해 놓고 새로운 정인(情人)에게 마음을 빼앗긴 다프니스와 아티스는 사랑의 대가로 각각 눈과 남근을 빼앗겼다.
신들 가운데 최고의 난봉꾼이었던 제우스를 남편으로 둔 헤라는 질투의 화신이 되어야 했고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칼리스토, 레토는 헤라의 저주로 가혹한 고통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남편 헤파이토스 외에 아레스, 아도니스, 디오니소스와 사랑을 나누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하는 가슴 아픈 사랑도 있다. 아프로디테 신전을 지키는 무녀 헤로에게는 처녀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부가되어 있었다. 하지만 헤로와 아비도스 출신의 늠름한 청년 레안드로스는 첫눈에 반해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매일 밤 몰래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던 어느날 헤로를 만나기 위해 해협을 건너던 레안드로스가 심한 풍랑을 만나 목숨을 잃게 되자 연인을 홀로 떠나 보낼 수 없었던 헤로는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시켰다. 또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연인의 죽음이 자기 탓으로 생각해 이생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이와 함께 아폴론과 히아킨토스는 비극적인 동성애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베르툼누스는 포모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계략을 사용했다. 저자는 "신화 가운데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을 선택한 것은 사랑이 신들의 본질인 동시에 인간의 본질이고, 신화 속 사랑 이야기가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32쪽, 1만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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