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정의 독서 일기] 감각과 영혼의 만남/ 켄 윌버

입력 2007-06-07 16:55:47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은 "세계는 무엇인가?"하는 물음만큼이나 막막하다. '나'는 원자 혹은 세포로 이루어진 유기체이기도 하고, 감각하고 지각하며 충동과 감정과 개념과 비전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는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우주 속의 태양계, 태양계 속의 지구, 지구 위의 작은 점, 그 점 속의 먼지 보다 작고 작은 존재다.

그 뿐인가. 나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문화라는 토양 속에 심겨져 있으며, 가족이나 사회를 이루는 인자이기도 하다. '나' 하나를 간단히 살피려 해도 이처럼 다양한 차원이 있는데, 세상은 얼마나 복잡하며 삶에 대한 진리는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이 책은 세상과 삶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면서 그것의 불완전함도 함께 알려준다. 또한 세상의 수많은 상대적인 진리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게 하면서 아울러 통합적인 지점을 찾게 해준다. 그렇지만 어렵다. 물질계, 생물계, 정신계, 신계(神界)등의 수직적인 위계들이 나오는가 하면 내면과 외면, 개체와 집단의 수평적 차원들이 서로 얽혀 나오기도 한다.

세상을 인식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진리와 지혜로 대변되는 사실(과학)과 의미(종교)의 관점이다. 근대는 '사실'을 강조하는 과학이 득세하는 시대다. 과학은 '세계는 무엇이다라고 말하지만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즉, 과학은 우리에게 '진리를 제공할지는 모르나 그 진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과학이 '경험주의 실증주의라는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정신세계와 영성마저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내면세계의 붕괴, 가치권의 분열, 자본주의와 고도산업사회의 수탈과 착취 구조가 시작되었으며, 따라서 산업, 경제, 문화, 사회, 생활 전반에 걸쳐 물질 중심적. 실증주의적 사고가 팽배하면서 인간을 과학 기술문명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근대의 '재앙'이라 했다.

그렇다면 물질에서부터 영성에 이르는 다양한 실재의 '통합적 비전'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과학지상주의 최면에 걸린 현대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영성의 실재성을 인정해야 하며, 종교 또한 신화적 교리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동서양 전통 종교의 지혜를 바탕으로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초월적 세계에 대한 참된 앎을 정신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보이는 세계나 보이지 않는 세계나 모두 수준과 차원이 있으며, 그것을 제대로 보려면 각각 그것에 맞는 눈으로(육안, 심안, 영안)보아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상이나 생명에 대해 과학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동시에 영성이나 초월적 정신세계에 대해서도 창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여전히 진화론, 창조론, 혹은 지적 설계론이니 하는 말들로 시끄럽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우열을 가르고 다퉈야 할 배타적인 영역이 아닐 텐데. 아무리 다양한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상호 연결되고 상호 침투되어 있는 것이 세상이라면, 과학과 종교는 결국 사물과 정신이기도 한 겉과 속, 세상의 양면이 아닐까.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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