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를 향하여]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

입력 2007-06-07 09:51:17

"대구 미군기지-동촌비행장 외곽 이전 미룰 수 없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대구·경북에 대한 공약들도 나름대로 구체적이었다. X-파일 등으로 이 전 시장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박 전 대표를 이 전 시장에 이어 만나봤다.

-TV 토론회에서 선전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좋은 평가를 해줘 감사하다. 지난번의 광주토론회 주제가'경제'였는데, 제가 평소에 구상하고 준비해 온 정책들을 말씀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토론과 정책대결을 통해 어느 후보가 국가발전 비전과 정책을 충실하게 준비해 왔는지 국민들께서 제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평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아버지께서는 조국 근대화의 꿈을 이루셨다. 저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꿈을 이루고 싶다.

지금 우리는 민생 피폐, 사회분열, 안보 위기 등 총체적인 위험상황에 봉착해 있다. 지도자의 국가관과 철학이 잘못됐고, 시장경제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제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국가관과 철학이 바로 서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이 믿을 수 있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저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흔들리지 않는 국가관을 길러왔고 신뢰와 원칙을 정치 생명으로 생각해 왔다.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국가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선진한국을 반드시 이룰 것이다.

-이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 경선 승리대책은 있나.

▶모든 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제가 1위를 기록한 조사도 나오고 있다. 저는 정치를 해오면서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 일자리 및 교육문제 등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상과 정책을 자세히 말씀드리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준비된 후보인지 국민들께서 잘 평가를 하실 것이다.

-검증 국면을 통해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그 근거는.

▶이번 대선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린 역사적인 선거다. 대구·경북민들과 국민들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 국가관이 분명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미 두 번이나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정권교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국민들께서 정말 믿을 수 있는 후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시리라 믿는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의 얘기들이 불거지고 있는데.

▶과거사 문제에 대해 규명할 것은 제대로 규명해서 그늘진 역사까지도 햇빛 아래 비춰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지켜 왔다. 그래서 법에 따라'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조사하도록 합의했었다. 하지만 현 정권은 법적 근거도 없이 각 부처마다 우후죽순으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우리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해 왔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구체적 증거도 없이 정황이 그렇다는 식인데, 정말 위험한 일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수장학회는 이미 사회에 환원된 공익법인임에도 또 환원하라고 하는데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얼마 전 남북한 철도연결 시험운행을 했다.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고 이것이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철도(TSR)와 연결되면 열차페리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닌가.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고 그것을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해서 유럽까지 가는 것은 저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 그래서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동해선 철도연결에 대해 서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한 철도가 연결돼도 열차페리는 경제성이 높고 꼭 필요하다. 몇 년 전 국책연구원에서도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을 냈다.

남북한 철도연결과 열차페리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사업이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대운하 구상을 어떻게 보는가. 경부대운하가 건설되면 대구·경북이 가장 득을 본다는 게 이 전 시장 측 주장인데.

▶광주토론회에서 한반도대운하 공약이 경제성도 없고 환경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다. 앞으로 좀 더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지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지금 운하를 앞세워 호남에 가면 호남을 살린다고 하고, 영남에 오면 영남을 살린다고 하고, 충청에 가면 충청을 살리고, 심지어 북한까지 살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하가 정말 국가경제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인지 국민들이 판단하실 거라고 믿는다.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방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박 전 대표께서는 얼마 전 규제개혁 간담회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고 그 이득을 통해 지방을 살리겠다고 했는데.

▶현 정권이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손쉬운 방법에만 의존했다. 이래서는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이 될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발전은 이분법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상생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수도권 규제 중에 풀 것은 풀 되, 그 전제조건으로 지방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가 재정으로 도와야 한다. 그리고 지방 스스로 특성에 맞춰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과 정책 등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지방경제 회생과 균형발전을 위해'U자형 국토개발'과'내륙 삼각거점 개발', 지방공단을 살리는'산업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대구·경북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지역표심을 계속 붙잡을 공약이나 복안이 있다면.

▶항상 저를 아껴주시는 대구·경북 주민들께 감사할 뿐이다.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3가지 방향의 정책구상을 갖고 있다. 우선, 대구·경북이 갖고 있는 산업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구미의 IT와 전자산업, 포항의 철강과 관련 산업, 대구의 섬유·기계부품·한방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산업회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둘째, 대구·경북 전역을 첨단 과학기술 중심기지로 만들고 최고의 교육여건으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특구와 교육특구를 강력 추진하고, 이 둘을 합친'교육-과학기술 특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셋째, 뒤떨어진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동남권 국제공항 건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남권 인구가 1천300만 명인데, 허브역할을 할 국제공항은 당연히 필요하다. 또 동해안 철도와 도로망을 확충, U자형 국토개발을 완결해 갈 것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와 대구·경북의 경제통합 문제에도 최대한 뒷받침해 드리겠다.

새롭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구의 미군기지와 동촌비행장을 외곽으로 이전해 대구의 새로운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 관계와 국가안보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겠지만, 대구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는 문제다.

-한나라당 경선이 과열돼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다. 경선에서 이길 경우 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어떻게 그러안을 생각인가. 경선에서 진다면 이긴 후보를 도울 용의가 있는가.

▶경선은 치열하게 하더라도 그 후에는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아름답고 멋진 경선이 돼야 한다. 제가 승리하면 당의 모든 분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정권교체의 길로 갈 것이고, 진다고 해도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제가 정치를 하면서 지켜온 원칙이다.

-끝으로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대구·경북은 저를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이다. 이제 지역민들에게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경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 대한민국을 살리고 대구·경북을 살려내겠다. 정권교체와 선진한국의 꿈을 이뤄가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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