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밀양

입력 2007-06-07 07:18:05

밀월은 달콤한 신혼의 단꿈을 비추고, 밀양은 '가도 가도 황톳길'인 삶의 거울 위로 내려앉는다. 영화 '밀양'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신애(전도연)는 산더미 같은 빚을 남기고 떠난 남편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아들의 죽음을 겪는 벼랑 끝에 선 여인이다. 신애에게 아들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일곱 살 난 아들은 또래보다 어눌하고 수줍음이 많아서 행여 상처라도 입을세라 엄마는 더 강한 방파제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발버둥은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기만 한다.

신애는 누군가 자기를 괴롭히면 떠나버린다. 친정부모에게 섭섭하면 결혼으로 도피하고, 남편이 배신하면 애써 아니라고 부인하고, 사별의 고통을 피하려고 서울을 떠난다. 아들이 처참하게 살해되었을 때는 갑자기 종교적인 구원으로 도피해버린다. 그러나 고통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방식은 결국 그녀를 정신적 위기로 몰고 간다.

애도는 상실의 슬픔을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시간의 강줄기를 따라 흘러가다가 바다에 이르러 한없이 넓어지는 것이다. 신애는 괴롭게 한두 계단 오를 즈음, 갑자기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와 남은 계단을 건너뛸 수 있도록 구원해준다. 그러나 이내 동아줄이 끊어지면서 그녀는 추락하고 정신적 붕괴상태에 이른다. 울고 싶을 때 충분히 울고 슬퍼할 때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면 상처는 안으로 곪아 들어가 나중에 심각한 병이 된다.

존 볼비라는 학자는 가족을 잃은 사람이 적응해나가는 애도과정에 대해 설명하였다. 첫 단계는 죽음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는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아서 간절히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 과정은 수개월~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셋째는 와해와 절망의 단계다. 인생의 의미를 다 잃어버린 듯한 절망감이 들고 사람과 만나기도 싫어서 모든 관계를 끊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한없이 보고 싶지만 단지 기억 속의 사람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회복의 단계이다. 삶을 함께한 것처럼 애도의 과정도 충분해야 한다. 그래야 그를 추억도 할 수 있고, 마음속에 묻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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