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평] 현충일과 산업안전

입력 2007-06-06 0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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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현충일을 맞았다. 현충일은 잘 알다시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전쟁을 맞아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는 엄청난 불행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지난 1956년 4월에 매년 6월 6일을 공휴일인 현충기념일로 지정하였고, 1975년 12월 현충일로 개칭하였다. 현충일은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이번 현충일엔 우리 모두 弔旗(조기)를 게양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면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의 명복을 빌고 은혜에 감사하며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과 애국심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있어 국론분열이 매우 우려되는 시기로 이번 현충일은 선열들이 몸 바쳐 지키고자 했던 국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국민 전체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충일을 맞아 우리가 추모하고 생각해봐야 할 일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경제전선인 산업현장에서 사고와 질병으로 순직하신 분들에 관한 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2천45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사망자가 근로자 1만 명당 2.1명의 비율로서 매일 약 7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은 셈이 된다. 지난 10년간(1997∼2006년) 산업현장에서 순직한 근로자가 무려 2만 5천7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2004년도 이후 산재 사망자가 약간씩 감소하고는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매우 높은 수치다. 비교 편의상 2002년도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업무상 사고에 의한 사망 만인율은 우리나라가 1.3으로 미국 0.4, 일본 0.31, 독일 0.26에 비해서 대략 3.3배 내지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재해의 사망자는 1999년 583명에서 2006년 632명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사망 만인율은 무려 2.48을 상회하고 있다. 건설업 사망자 가운데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에 가까운 307명이나 되고 있어 고소 작업시 안전난간과 안전발판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거나 안전대와 안전모 등을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등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결여가 심각하다. 또한 고령화시대가 가속화하면서 50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산재사망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전체 산재사망자 대비 2000년 42.5%에서 2006년 48.9%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하여 노동부는 2005년 5월 사망재해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산업안전공단과 더불어 현장에서 사망재해가 다발하는 10개 작업을 선정하여 이를 집중 관리하는 '하이파이브 운동'과 '안전은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사망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에 대한 사업장 관리자 측의 강한 의지와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현장 근로자들의 투철한 안전의식이 필요하다.

산재 사망은 당사자의 비극에서 끝나지 않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을 주고 소속 회사에는 경제적 손실, 동료직원들의 사기저하, 기업 이미지 실추 등 커다란 손실을 유발하며 우리 사회와 국가에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되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현충일을 맞아 뜬금없이 산재사망자 얘기를 하는 것은 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건설이 바로 애국선열들의 바람이었으리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분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명을 바쳐야 했으나 산재사망은 우리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 희생을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다. 또한 얼마 안 있어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장마철이 시작되는 터라 사업장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도로, 기타 공공장소에서의 재해예방을 위해 우리 모두의 높은 안전의식과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수호했던 우리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책무다.

이관형 산업안전공단 대구지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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