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깎는 가격경쟁 그만~ '친절' 입은 주유소

입력 2007-06-06 09:17:00

▲ 고유가로 인해 단순히 저가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려는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방촌주유소는
▲ 고유가로 인해 단순히 저가 경쟁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려는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방촌주유소는 '로또'라는 색다른 사은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가격 경쟁 시대는 갔다. 이젠 서비스다."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주유소들의 생존 전략이 바뀌고 있다. 과거와 같이 단순한 저가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서비스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이는 비싼 기름값과 유사휘발유의 범람으로 10, 20원 저렴한 가격표를 내거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주유소들의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갖가지 '유혹'을 알아봤다.

◆남다른 사은품으로 유혹하라

대구 동구 방촌동 '방촌주유소'에선 특이한 사은품이 고객을 맞는다. 다름 아닌 '로또'. 일반 주유소에서 티슈나 생수를 받던 고객들은 놀라기 일쑤다. '5만 원 이상 주유할 때'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이 주유소는 톡톡히 '로또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주유소는 별도로 로또방을 운영하면서 2004년 9월부터 주유 고객들에게 로또를 사은품으로 주기 시작해 지금은 인근 사람들에겐 소문이 날 만큼 났다. 최광진 소장은 "로또를 주기 전에는 인근 주유소들 눈치를 보면서 기름값 가격을 맞췄는데 별로 매출이 늘지 않아 과감히 고가 정책을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주유소보다 30, 40원 비싸게 받기로 한 것. 대신 사은품으로 로또를 활용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로 했다. 최 소장은 "로또를 주던 초창기엔 신기해하는 손님들이 많았고 이를 받기 위해 찾는 손님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고객이 로또를 원치 않으면 여름철엔 생수 2ℓ와 음료수 1.5ℓ 묶음을 주고 겨울엔 초코파이를 사은품으로 내건다. 또 쿠폰제를 실시해 엔진오일이나 와이퍼, 불가마 입장권 등 다양한 경품을 내걸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보다 수익을 30, 40%는 더 보고 있다고 했다.

◆편의시설들로 유혹하라

대구 북구 팔달동 '오일월드주유소'는 기름만 넣는 주유소가 아니다. 1천 평 규모의 주유소에는 편의점과 카센터, 테이크아웃 커피점까지 모여 있다. 이른바 '복합 편의 공간'이라 할 만하다. 주유소와 각종 부대시설을 연결시켜 시너지 효과를 올리는 것이 이 주유소의 전략. 김도현 대표는 "손님이 기름을 넣다 편의점을 보고 담배나 음료수 등을 사기도 하고 카센터에서 자동차를 점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경우 주유 고객뿐 아니라 인근에 슈퍼가 많지 않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도 찾을 정도.

김 대표는 "일반 자판기가 아닌 커피 전문기계에서 뽑아낸 커피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다 보니 일부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유소를 찾는 마니아들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점포 안의 점포'가 주유소 업계에도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 도명화 (사)한국주유협회 대구시지회 사무국장은 "대구에서도 카센터나 편의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주유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유혹하라

수입차와 고급차 수요가 날로 늘면서 주유소들이 택한 또 다른 전략은 프리미엄 전략이다. 일반 휘발유보다 ℓ당 200원 정도가 비싼 프리미엄 휘발유를 취급해 고급차 수요층을 끌어들이겠다는 것. 대구에서도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휘발유 취급 주유소가 급증해 현재 37개 업소가 영업 중이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웰컴주유소'도 이 중 한곳. 박헌식 이사는 "서울처럼 고급 휘발유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인근에 고급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난해 도입했다."며 "아직까지 기본 수요에 머물고 있지만 완만하게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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