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그때 그자리…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입력 2007-06-06 07:12:29

호국보훈의 달 6월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뜻깊은 달이다. 철부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뜻깊은 여행을 준비해보자. 거제도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아이들과 함께 남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둘러보면서 역사와 전쟁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좋은 곳이다.

거제도에 포로수용소가 들어선 것은 1950년 11월이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다수의 인민군 포로가 발생하자 유엔군은 부산 거제리와 경북 영천 등에 있던 포로들을 옮기기 위해 이 섬에 포로수용소를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인구 10만 명이던 거제도(巨濟島)는 '크게 사람들을 구제하는 섬'이란 이름처럼 15만 명이나 되는 피란민과 포로 17만 명을 받아들였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거제 시청이 위치한 신현읍에 있다. 하지만 포로수용소의 극히 일부일 뿐이며, 생각과 달리 당시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시청각 자료들과 포로들이 사용하던 막사와 수용소, 병원, 식당 등 일부 시설만이 재현돼 있다. 포탄에 맞아 부서진 회색빛 건물이 있고 길 양쪽으로는 당시 사용됐던 탱크, 헬리콥터들이 전시돼 있어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전쟁이 새삼 실감난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포로의 생활상이나 한국전쟁의 발발과 전개과정이 할리우드영화 세트장처럼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초현대적으로 꾸며진 유적공원의 다양한 관람코스가 초등학생들을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들뜨게 만든다.

탱크전시관을 지나 포로수용소 디어라마관으로 들어가면 전쟁의 축소판이 펼쳐져 있다. 참혹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6·25 역사관에서는 전쟁의 발발과 진행과정을 볼 수 있다. 이어서 폭파된 평양 대동강철교에 매달린 피란민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참상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포로생포관과 포로수송, 여자 포로관, 포로폭동 체험관, 포로 설득관,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관을 돌아보면 6·25가 남긴 상처와 교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포로막사에 누워있는 포로인형의 비참한 모습은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공원 출구쪽에는 거의 파괴된 기존 유적지인 경비대 막사와 PX자리가 남아있다. 포로들마저 친공·반공으로 갈려 있던 당시의 포로수용소 상황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명준은 결국 남과 북이 아닌 중립국을 택하고 인도로 떠나다가 투신하고 만다.

비록 가슴 아픈 비극의 현장이지만 다시는 이 땅에 민족 간 또는 그 누구와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관람Tip=입장료 어른 3천 원, 어린이 1천 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문의=055)639-8125(포로수용소유적공원).

▲가는길=구마고속국도 칠원 분기점에서 남해고속국도를 달리다가 진주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국도를 타고 통영IC에서 내린다. 거제방면으로 10여 분 달리면 만나는 신거제대교를 지나면 거제도이다.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시청 방면으로 가면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보인다. 문의=055)639-3198(거제시청 관광진흥과).

▲맛집=거제시청과 거제종합운동장 중간 신현읍 고형리 세무소 앞에 있는 '백만석'은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멍게비빔밥을 주문하면 대접에 직사각형 멍게와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이 담겨 나온다. 밥을 대접에 넣어 쓱쓱 비비면 얼었던 멍게가 녹으면서 밥과 섞인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으면서 멍게의 향긋함이 입안에 퍼진다. 비빔밥과 곁들여 나오는 생선국은 개운하고 담백하다. 1인분 1만 원. 055)637-6660.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