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1장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국민주권의 원칙은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자유 민주국가에서 주권재민의 원리가 구체적으로 제도화된 것이 선거이다. 국민들은 '선거의 장'을 통해 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다. 그래서 선거는 '자유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지닌다. 선출된 대통령은 5년 동안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그러나 5년 단임제 헌법 개정 후 다섯 번째의 대선을 맞이하기까지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했다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듣지 못했다. 부정적 평가가 혹시 대선 과정에서 계보 중심의 정파와 지역주의, 색깔 중심의 친미와 친북주의 갈등이 그 요인이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12월 19일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빅2니, 빅3니, 잠룡들이니 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러나 분주한 것은 좋으나 분열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지역 계보와 색깔 중심의 정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다.
최근 동교동과 상도동이 대선주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범여권 주자들은 동교동으로, 야권인 한나라당 주자들은 상도동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대선주자 간의 면담 내용은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관심은 '국민통합'보다 한나라당과의 '한판대결'로 비치고 있다. 관여정치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악담으로 시작하여 악담으로 끝나는 듯하다. 물론 악담의 대상이 김대중 전 대통령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악담정치 또한 관여정치가 아닐 수 없다. 대선 주자가 아닌 전직 대통령은 어른스러워야 한다. 특히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어 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느 누구보다 어른스러워야 할 책무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책무는 그간의 경험과 지혜를 되살려 사회의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면서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을 증진시키는 데 조용히 뒤에서 힘을 보태는 일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한 내 反(반)보수대연합 실현을 통해 매국 친미반동보수세력을 매장하자"면서 민족공조를 강조하였다. 지난 3월 들어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평양을 방문하였다.
북측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주석의 유훈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킬 것이고, 우리 민족끼리 외세공조를 떨쳐버리고 민족공조를 다하자'고 역설하였다. 북측의 신년사설과 상임위원장의 역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대목이다.
대선 주자들의 워싱턴 방문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야권 대선 주자에게는 '한미동맹과 한미공조'를 강조하고, 범여권의 대선 주자들에게는 '한국 대선에서 反美(반미)감정을 이용하지 말라'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대선 주자들에게 각기 다른 메시지를 던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차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대선정국의 혼탁함을 동교동과 상도동, 평양과 워싱턴의 태도에만 그 책임을 돌릴 순 없다. 정치세력들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혼란을 부추긴 책임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정치세력들은 선거철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동맹국인 미국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70년대까지는 간첩사건이, 1987년에는 대한항공 858기 공중폭파사건, 1992년에는 중부지역당 사건이, 그리고 1997년에는 이른바 총풍 의혹이 北風(북풍)의 소재로 등장했다. 미국의 태도를 이슈화시키기도 마찬가지였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미국의 개입이니 하면서 '반미'와 '친미'의 이분법을 내세워 대중의 감정적 동의를 얻으려고 하였다.
우리 사회와 정치권은 이미 대선정국에 접어들었다. 선거정국은 신명이 나야 한다. 동교동과 상도동, 평양과 워싱턴이 한국의 대선을 잠잠히 지켜만 본다면, 그리고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이 이들을 쳐다보지 않고 이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우리의 대선정국은 한층 신명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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